[ET단상]제17차 세계표준협력회의를 마치고

지난달 제주 그랜드호텔 한 회의장. 붉은색 인도 전통의상을 입은 티오티아 인도 정보통신부 차관의 연설에 모든 참석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티오티아 차관은 이 자리에서 인도 표준화기구인 `텔레콤 스탠더드 디벨로프먼트 소사이어티 인디아(TSDSI:Telecom Standards Development Society India)` 설립을 발표했다. 이 기구를 통해 선진국 표준화기구가 주도하고 있는 3GPP, oneM2M, 세계표준협력회의(GSC) 등 국제표준화 활동에 인도가 적극 참여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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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보통신부가 세계 주요 표준화기구 간 협력체인 GSC 17차 제주회의에서 이 같은 연설을 한 배경은 새로 설립될 TSDSI를 GSC의 회원으로 받아달라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동시에 3GPP/3GPP2와 oneM2M을 발족시킨 주체인 GSC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GSC는 1980년대 말 유럽 ETSI가 설립되면서 기타 지역 표준화기구(미국 T1·현 ATIS, 일본 TTC)와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됐다.

GSC는 사실표준화기구와의 표준협력과 업무중복 방지를 위해 IEEE, IETF, OMA 같은 주요 사실표준화기구와 ISO, JTC1, APT, CITEL 등 국제·지역표준화기구도 초청하는 등 협력 대상과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GSC는 IMT, ITS, 사물지능통신(M2M), 스마트그리드, 클라우드 컴퓨팅, 무선전력전송, 사이버보안, 지식재산권 등 표준화기구 간 공통 관심 분야를 선정해 분야별 표준화 현안 사항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제주 회의에서는 무선전력전송 분야 전담반을 신설하고 국제적 상호호환성 확보를 위한 기술보고서 개발과 표준화기구 간 협력을 결의했다. ITS는 차량 간 통신을 위한 주파수의 세계적인 조화를 위해 전담반 활동을 지속하기로 합의하는 등 상당 부분 진척된 성과를 내놨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표준특허와 관련된 활동도 강화했다.

표준화기구 전문가를 비롯한 유럽, 일본, 한국 특허청이 참여하는 표준화기구 특허정책인 이른바 `F/RAND(Fair, Resonable and Non-Discriminatory)`를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향후 표준화기구의 지식재산권 정책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번 제주 회의 기간 중 한·중·일 표준화기구 수석대표들은 별도 회의를 개최했다. 각자가 개발한 표준을 영문으로 바꿔 상호 공개하고 매월 한 차례 전화회의를 개최해 협력 수준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 운영방식도 개편해 향후 표준화기구 간의 협력 방식이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가 애플을 대상으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삼성전자 손을 들어주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적으로 표준 주도권 중요성은 한층 강조되는 추세다. 이와 같이 기술력과 시장을 가진 신흥 산업국의 글로벌 표준화활동 입성은 우리나라처럼 아직 표준 선진국에 도달하지 못한 국가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부터 해당 기술 글로벌 표준화 전략 개발까지 산·한·연·관 사이에 더욱 긴밀한 협력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 같은 노력을 다할 때 우리나라가 비로소 글로벌 표준화 선진국으로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이근협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 khlee@t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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