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독물 취급업체 중 절반 가까이가 화학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소방방재청)는 시설 노후화나 배관 연결상태, 전기설비 폭발 방지시설 구비 등 화학사고 위험 항목에 대해 취약 사항이 1건 이상인 곳이 42%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지난 3월 1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전국 유독물 취급사업장 3846개소에 대해 실시한 전수 조사에 따른 것이다. 전수조사는 그간 간헐적이고 부분적으로 실시해오던 점검 방식을 벗어나 처음으로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 및 전문기관이 모두 참가해 전체 대상 사업장에 대해 실시함으로써 화학물질 취급현장의 관리 실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조사 과정에서 시설에 대한 점검 뿐 아니라 현장 의견 수렴, 취약사항에 대한 개선 및 교육 등도 병행해 진행됐다.
취약 업체는 내구성이 취약한 재질을 사용하거나 누출차단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는 등 취급시설에 대한 안전 고려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이와 함께 소화기 등 개인보호 장구나 방제장비를 적절하게 구비하지 않거나 비상연락망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지 않는 등 사고발생시 대비 태세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중소규모 화학물질 취급업체가 밀집한 수도권과 부산 외곽 지역 사업장들의 관리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부실했다.
산업단지별 비교 분석 결과에서는 20년 이상 경과된 노후 산업단지 중 중소규모 사업장 위주로 구성된 반월시화 산업단지의 관리가 특히 취약했다. 이들 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은 다른 산업단지들에 비해 바닥면 방수 균열이나 시설 부식 등 노후화가 심각했으며 방지턱, 누출차단시설 설치 등 시설 관련 항목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곳보다 이를 사용하는 업체가 취약했다. 위반항목 10건 이상인 주요 취약업체 103개소에 대한 업종 분석 결과, 전자제품, 철강, 섬유제품 등의 생산을 위해 세척, 압연, 도금, 염색 등의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업체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 업체에 대한 중점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규모 업체들이 대형 업체보다 관리상태가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지적된 사항들은 현장에서 즉시 시정하도록 지도하거나 추후 개선하도록 계도하는 등 현장 관리실태 개선을 병행했다. 미비점이 확인돼 개선 명령을 받은 업체는 하반기 정기점검 시 중점 확인할 예정이며,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의 방문 기술지원이나 컨설팅도 병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장의 관리실태가 부실한 근본적 원인이 정비점검 매뉴얼 등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 기업 경영자 관심 부족, 영세성 및 경영 악화에 따른 시설·장비 투자 부족 등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수조사 결과와 현장의견 수렴 결과를 토대로 이달 말 현장에서의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맞춤형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실질적인 화학사고 예방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다”며 “이번 대책은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한 맞춤형 관리방안과 함께 영세 취약한 사업장에 대한 기술 및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어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