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확충에는 만만한 게 정유사다. 다른 제품 수십 가지를 더해도 석유제품 하나에서 걷히는 세금에 미치지 못한다. 덩치가 크니까 사소한 거 하나만 잡아도 실적 올리기 좋다. 관세청에서도 이런 사정 다 알고 청와대 코드에 맞춰 정유사를 표적심사 한 것이다.”

최근 관세 부정환급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는 정유사 고위관계자의 하소연이다.
GS칼텍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가공해 수출하는 과정에서 원유 수입 분에 대해 과도한 관세 환급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관세와 무관세로 수입한 원유를 혼합해 석유제품을 생산한 뒤 수출할 때는 모두 관세로 수입한 원유를 쓴 것처럼 해서 부당하게 많은 관세를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소급 적용한다는 소문대로 진행된다면 정유사들이 물어야할 금액은 수 조원이 될 수 있다. 관세청이 제기한 과다 환급 금액은 많지 않아도 소급기간에 따른 이자와 불순한 의도에 대한 과징금이 더해져 커진다.
정유업계가 부당한 의도로 관세를 과다 환급받아왔다면 설사 그것이 관행이었다고 해도 추징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그동안 도입 유종 비율에 따른 관세 환급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명확한 규정이 없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한다.
관세청은 편법을 막기 위해 다음 달부터 2개 이상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수입 원재료를 사용해 수출물품을 생산할 경우 각 원재료의 관세율에 따라 관세 환급을 받도록 했다. 기준이 다음 달 도입되는데 정유사에는 유독 과거 10년을 소급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경영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공동으로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관세청의 조사결과가 발표되는 즉시 관세 환급금 회수는 이뤄지고 재판은 통상적으로 수년간 진행된다. 관세청은 일단 수조원의 환급금 회수 실적을 올리고 시비는 다음 정부로 넘길 수 있다. 관세청이 실적에만 연연해 업계 현황과 명확한 시비를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