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 글로벌 시장서 해법 찾다]<4>후쿠시마 위협 자유화로 풀어가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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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드러난 전력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전면 개혁을 추진한다.

일본은 지난 1995년 이래 네 차례 부분 개혁으로 전력시장을 보완·발전시켜 왔다. 이번 5차 개혁은 송배전 망 중립성 확보와 가정 소비자에게까지 전력구매 선택권을 부여하는 전면자유화 등이 골자다.

[전력거래 글로벌 시장서 해법 찾다]<4>후쿠시마 위협 자유화로 풀어가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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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로 유발된 전기요금 인상, 원전 가동 중지에 따른 공급력 확보, 신재생 등 다양한 전원 활용 필요성 증가, 기존 지역독점 공급 등 전력시스템의 다양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5차 개혁안에서 전력의 안정공급과 비용절감 중심 전력정책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키로 했다. 각종 전기요금 인상요인도 경쟁에 기반을 둔 전면자유화로 풀어갈 복안이다. 전력시장 개혁 최종장에 돌입한 일본의 변화를 살펴본다.

◇최대한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

일본은 네 차례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일정 부분 성과를 실현했다. 그와 동시에 한계점도 노출됐다.

발전 부문 경쟁 도입과 부분적 소매자유화 조치로 17%가량의 전기요금 인상 억제를 실현했다. 하지만 각 지역을 담당하는 도쿄전력 등 일반 전기사업자 독점구조는 여전하다. 신규 소매사업자 참여가 미미하고 피크 부하에서 소비자 수요 반응을 유도하지 못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비중이 크게 하락하고 대부분의 발전은 화력에 의존하게 됐다. 신재생에너지 등 분산형 전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전원 활용도 불가피해졌다. 출력 변동을 수반하는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진행하는 가운데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이를 극복하고자 기존 `같은 가격으로 수요에 따라서 얼마든지 전력을 공급한다`는 발상을 전환했다. 수용가 선택으로 수요를 억제하거나 지역 간 전력 공급이 가능한 시스템 도입 등 수요 관점의 방법으로 대응키로 했다.

원자력 비중 축소, 천연가스(LNG) 사용에 따른 연료비용 증가 등 전기요금 상승압력을 소매시장 전면자유화를 활용한 경쟁촉진으로 해결할 방침이다.

수용가 선택으로 과도한 설비투자 자제 효과도 도모키로 했다. 전력회사, 요금 메뉴, 전원 등을 선택하고 싶은 수용가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선택권으로 대응하는 제도로 전환한다.

아울러 타 업종·지역 참가, 신기술 사용 발전 등 혁신적 전력시스템 실현이 5차 개혁의 목표다.

하쓰자와 히로키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전력시장과 서기관은 “일본의 5차 전력시장 개혁 목적은 안정된 공급력 확보, 전기요금 상승 트렌드 억제, 수용가 선택 폭을 넓히고 신규 전력사업자 사업기회 확대로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배전 광역화·중립화로 지역 간 공급체계 구축

후쿠시마 사고 이후 공급예비력의 지역적 편재, 주파수 변환설비(FC)와 지역 간 연계선 제약으로 수급 부족 시 백업체제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송전계통이 상호 고리식으로 연계되며 지역 간 주파수도 50㎐와 60㎐로 구분돼 있다. 비유를 하자면 경상남도에서 발전소 고장으로 전력 공급이 위태로운데 인접한 전라남도에서는 공급력이 남아돌아도 경상남도로 전력을 보낼 수 없는 구조다.

이를 해결하려 광역계통 운용기관(가칭)을 설립한다. 이 기관은 정부 감독 아래 계통계획·수급조정, 장기간 공급력을 확보할 예비력 관리, 계통 신뢰도 평가, 계통 접속, 수급부족 긴급 시 수급조정, 계통정보 공표, 광역계통운영 관련 규칙 책정 등 업무를 수행한다. 또 전력비용을 저감하고자 구역개념을 초월한 전국개념으로 수급조정 기능도 강화한다. 광역계통운용을 확대하려 광역계통운용기관 중심으로 주파수변환설비, 지역 간 연계선 등 송전인프라 증강에도 나선다.

송배전 부문 중립성도 확보한다. 발전·소매 부문 다양화와 자유화로 여러 사업자가 송배전 망을 자유롭게 이용하려면 중립적 송배전 망 운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소매시장의 적정한 가격 형성과 활발한 경쟁을 위해 망 중립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전원 보유자 구별 없이 다양한 전원의 발전기를 수요자 주문에 따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도 송배전 중립성은 필수다.

이와 함께 도쿄전력 등 일반전기사업자의 송배전 부문을 별도 회사로 만들지만 두 회사 간 자본관계는 배제하지 않는 법적분리 방식으로 개혁을 진행한다. 송배전 관리업무를 분리해 독립회사에서 관리하더라도 일반 전기사업자 지분은 유지시킬 계획이다.

이 같은 송배전 독립, 광역계통운영 관리에 우려도 있다.

마루야마 마사히로 일본 전력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국토가 길고 거리가 먼 네트워킹을 갖고 있어 송배전을 일원화하는 데 과도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무리한 일원화보다 계통을 나눠 분리·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소매·발전 전면자유화, 도매시장 활성화

일본은 오는 2016년부터 가정 부문을 포함한 모든 수요자가 전력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소매 전면자유화를 시행한다. 50㎾h 이상 대형 전력 수요자까지 진행된 자유화를 소규모 소비자까지 확대한다. 또 현재 63%의 자유화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100%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매 전면 자유화를 위해 일반 전기사업자 지역 독점을 철폐키로 했다. 이를 이용해 모든 사람이 타 지역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지역 독점사업자에게 공급의무를 부과하고 총괄원가방식으로 투자비 회수를 보장하던 방식도 바뀐다. 독점·공급의무를 철폐하고 안정적 전기 공급 대안으로 최종보장서비스 제도를 시행한다.

소매·송배전·발전 사업과 같은 사업유형별 면허제도를 창설한다. 이에 따라 기존 일반 수요나 특정규모 수요 개념이 없어지고 모든 지역의 소매 사업이 가능하다.

소매 요금도 자유화한다. 주택용 소비자의 요금규제 자유화로 평상시 싸지만 피크 시 높은 가격 책정 등의 차등요금제가 등장한다. 서비스 다양화로 공급력 부족 시에도 효율적·안정적 전력 공급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총괄원가 방식 요금규제를 시행하던 주택용 요금규제를 철폐한다. 다만 경과조치로 기존 요금을 희망하는 소비자는 당분간 그대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도 포함됐다. 도매시장을 이용해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있는 전원 순서대로 기동하는 경제급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안정적 공급을 위해 공급력, 예비력 확보 의무자를 일반 전기사업자에서 소매사업자로 변경한다. 장기적 공급예비력 검토는 소매사업자가 전망하기 곤란해 광역계통운영기관 의무로 정했다.

오가사와라 주니치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그룹장은 “오는 7월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 입장을 발표하지만 전면 재가동 가능성은 없다”며 “일부는 LNG, 석탄화력으로 대체할 것이 확실해 이에 따른 요금 인상은 소매자유화와 경쟁 활성화로 억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력시장 자유화 어떤 과정 거쳤나

일본의 발전설비는 28만2315㎿, 발전량은 1157TWh로 각각 우리나라의 3.5배, 2.2배다. 전력시장은 도쿄전력 등 10개의 지역독점 수직통합민간회사, 도매전기사업자, 특정규모전기사업자(PPS) 등이 경쟁하는 구조다.

1990년대 들어 일본은 해외 대비 높은 전기요금과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고자 전력시장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세계적 전력 자유화와 규제완화 흐름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1995년 1차 개혁에서는 신규 참여를 중심으로 한 발전 부문 경쟁 도입이 시행됐다. 일반전기사업자 전원 조달 입찰 제도를 도입하고 특정 공급지역에 한해 판매가 가능한 특정전기사업제도를 신설했다. 일반전기사업자 효율개선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시스템도 도입했다.

2000년 2차 개혁에서는 소매시장의 부분적 개방과 경쟁소비자에 대한 전기요금을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했다. 전체 시장의 30%에 해당하는 공장, 백화점 등 20㎸ 또는 2000㎾ 이상 특별고압수용가를 개방했다. 소매시장 개방에 따른 특정규모전기사업(PPS)자도 이때 도입됐다. 일반전기사업자의 송전망을 PPS와 타일반전기사업자에게 개방하는 탁송제도도 시행됐다.

2003년 3차 개혁은 소매자유화 범위의 단계적 확대, 연계계통 운영을 위한 기관 설립, 전력거래소 설립 등을 담았다. 계약전력 50㎾ 고압고객까지 소매시장 개방을 확대해 63%의 자유화율을 달성했다. 연계송전선의 중립적 계통운영을 위해 `전력계통이용자협의회(ESCJ)`, 잉여 또는 부족전력을 거래하는 장소로 전력거래소(JEPX)를 설립, 운영을 시작했다.

2008년 4차 개혁은 도매시장 활성화와 경쟁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중심으로 이뤄졌다. 일본은 당초 2007년 소매시장을 완전 개방할 계획이었으나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 검토 결과 완전 자유화 결정 여부는 2010년에 결정키로 했다. 그 대신 5년간 경쟁 환경을 개선하고 규제완화 효과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시장자유화를 골자로 한 구조개편 추진성과는 전기요금 인하로 이어졌다. 2009년 전기요금은 1994년 대비 약 17% 인하됐다.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요금수준이 유럽 수준으로 내려갔다.

◆오가사와라 주니치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그룹장

“해외 모델 중 적합한 자유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를 선행해야 합니다.”

오가사와라 주니치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그룹장은 각국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후 최선의 전력시장 자유화를 추진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전력시장 설정을 정부차원에서 결정해 좋은 결과를 낳은 사례는 없다”며 “일본도 자유화 이전까지는 정부에서 전기요금 설정을 인가하는 방침이었는데 이 때문에 전기요금이 계속 비싸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력회사의 요금인상 요구 시 이를 반대한 적이 없었고 전력회사와 정부 유착 관계라는 지적까지 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개입하면 전력회사 입장을 반영해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지거나 정치적 요인으로 너무 싸지는 등 적정요금 책정이 어렵게 된다”며 “전력시장에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장논리로 합리적 요금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상황을 고려한 결정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전력시장 자유화를 추진한다면 고정가격(계통한계가격, SMP)을 폐지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고정가격 폐지가 좋은 결과(전기요금 인하)를 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6000만~7000만㎿h 수준인 한국의 전력수요량은 시장과 가격을 쪼개야 할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되 운영은 현재의 단일 전력시장 구조를 유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일본 사례를 비춰봤을 때 시장자유화를 꼭 추진한다면 한국도 대규모 2㎿h 이상 전력소비자만을 대상으로 자유화를 실시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며 “대규모 전력소비자는 자가발전시스템, 스마트그리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필리핀 등 블랙아웃 등 대규모 사고 이후 전력시장 자유화나 개혁을 추진하는 곳이 많은데 유럽 등 제도를 모방하려다 개혁 추진에 차질이 생긴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가사와라 그룹장은 “유럽이나 일부 선진국의 모델 도입은 해당 국가 기업에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엮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한국이 자유화에 성공하려면 해외 모델 중 적합한 자유화 방안이 무엇인지 연구를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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