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활용한 수요관리가 전력난 극복 대안으로 부상했다.
시설 교체나 생산라인 보수 등 대규모 공사가 필요 없는데다 투자비용과 시스템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건물이나 산업 현장 중심으로 IT 기반 에너지절감 시스템부터 효율적 에너지 사용을 유도하는 시스템 구축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도 하계전력난 해소를 위한 수요감축 대책에 IT를 활용한 수요관리 효율화를 비중 있게 포함했다. 정부는 실시간으로 전력사용정보를 확인하고 절감하는 아이스마트(i-Smart), EMS(빌딩), FEMS(공장) 등 에너지관리시스템을 확충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전력난을 해소하려면 IT를 접목한 에너지운영체계 구축을 확대, 보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용태 서울대 교수는 “전력 수요관리는 동시간대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것을 분산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IT를 활용한 에너지관리 시스템이 정착되면 수요예측, 수요분산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전력난 지능형 IT로 해결
여름철 전력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올해는 원전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불량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품 교체 등 이를 정비하는 데 짧게 잡아도 4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의 전력수급 계획에 차질이 생긴 만큼 올해 전력난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올 여름 전력공급능력을 8000만㎾로 예상했다. 하지만 당장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생산 전력량 300만㎾를 제외하면 공급능력은 7700만㎾로 떨어진다.
산업·민간 분야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캠페인성 에너지절약이나 일방적 사용 규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체 사용량보다 특정 시기, 시간대에 수요가 집중되는 것을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요관리가 실효를 거두려면 IT를 활용한 에너지절약시스템 보급이 필수다. 기존 에너지절약은 산업계, 상업건물 등 핵심 설비를 고효율 설비로 교체하고 생산라인과 공정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이미 고효율 설비를 도입한 사업장이 대다수다. 문제는 설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전력공급 상황에 따라 운영 설비를 가동할 수 있는지다.
IT를 활용한 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IT는 가동 중인 기계, 생산라인, 연료공급장치 등 건물·사업장 내 모든 설비의 에너지 사용량을 파악, 이를 조절한다. 그와 동시에 전력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자에게 전달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IT 기반 에너지관리 시스템은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여는 단초로 제공한다. 사업장별로 에너지 관리체계를 갖추면 국가 전력상황에 따라 에너지 수급을 조절할 수 있다.
◇IT 어떻게 활용하나
가장 대표적 IT 기반 에너지관리 시스템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등이다. 건물, 공장에서 사용하는 조명, 냉난방기기, 제조라인, 보일러 등 모든 설비의 에너지 사용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는 시스템이다.
특히 소비현황뿐만 아니라 개별 사업장, 건물 에너지정보를 외부에 전달할 수 있다. 국가 전력상황에 따라 수요를 조절, 분산하는 스마트그리드 기반이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유사한 에너지운영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양방향 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그리드 AMI을 구축하면 가정의 에너지 사용을 국가망 차원에서 실시간 파악해 수요 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 반대로 가정에서는 국가의 전력수급에 따라 전력피크 시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의 전력 사용량을 제어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전력 유통관리를 IT에 기반을 두고 지능적으로 할 수 있다. 가전제품에 통신 기능을 장착해 에너지 사용을 체크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국가망과 연동시킬 수 있는 스마트가전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변상익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팀장은 “IT와 기존 전력망이 융합된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이용하면 단순히 수용가의 에너지량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능동적 전력수요 공급을 돕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남은 에너지, 불필요하게 사용돼 왔던 에너지를 포함해 효율적인 사용 패턴까지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절약할 수 있나
IBM은 지난 1990년 미국 버몬트 반도체 공장에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를 도입했다. FEMS는 공장 전체 에너지사용 현황을 파악해 불필요한 낭비 요인을 제거하도록 돕는다. 이 공장은 FEMS 도입으로 2009년까지 51억㎾h의 전력을 절감했다. 이는 140만가구가 연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기존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절감 효과를 거뒀다.
독일 지멘스가 2009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건물·산업 분야에 IT를 활용한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적용하면 연간 최고 20%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건물·사업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IT를 활용, 에너지절약에 나서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KT는 자체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를 개발, 지난해 용산 사옥에 적용해 13.7%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서울 선릉·청진·경기 수원 등 6개 사옥에 추가 적용 중이다. KT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구축 확대 중인 BEMS를 이용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검증한 상태”라며 “KT 전사에 적용 시 연간 300억원, 361Gwh의 에너지 절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냉방기기 원격관리시스템 개요
자료: 한전KDN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