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압축공기 발전

전력 부족은 세계 각국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전력 수요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에 발전소 건설은 이를 따르지 못한다. 대안으로 여겨진 원자력 발전은 폐기물 처리, 부지 선정,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보급 논의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안정적 전력공급원 역할을 하기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생활수준 향상으로 사용이 편한 전기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인류는 지금 발전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하는 것도 현재 전력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바람을 포집·압축했다 전력이 부족할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압축공기 발전도 이 가운데 하나다. 원리는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에 물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낙차를 이용해 발전하는 양수발전과 유사하다. 물 대신 바람을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

바람은 대체로 낮보다 전력수요가 적은 야간에 많이 분다. 이때 대형 공기 압축기를 이용해 바람을 특정 공간에 밀어 넣고 압축한다. 주로 지반이 안정된 암반층을 저장고로 사용한다.

수십, 수백m 지하 암반층에 압축된 바람은 전력이 부족할 때 발전원으로 재사용한다. 저장고 입구를 열고 내부를 가열하면 압력차에 의해 공기가 빠져 나온다. 이때 발생하는 열, 바람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바람 저장과 에너지 생산은 수분 이내에 이뤄진다. 효율도 높다. 공기를 지하로 밀어 넣을 때 사용한 전력의 80%를 다시 전력으로 생산해 낸다. 압축공기 발전은 현재 미국, 독일 두 개 지역에서 실제로 도입해 발전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보다 다양한 지역에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에너지부(DOE) 산하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는 압축공기 발전을 위한 다양한 상용화 모델 개발에 나섰다. 풍부한 바람자원을 활용, 압축공기 발전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전체 전력의 13%를 풍력발전으로 얻고 있는 미국 북서부 지역은 압축공기 발전에도 유리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연구는 현재 워싱턴 동부 두 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컬럼비아 힐스 사이트와 야키마 미네랄스 사이트로 불리는 두 곳이다. 컬럼비아 힐스 사이트는 인근에 천연가스 수송관이 있어 압축공기 발전 최적 지역으로 평가 받는다. 지하 저장고에서 배출되는 압축 공기를 가열할 때 소량의 천연가스를 연소시키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가열한 공기로부터 기존 천연가스발전에 비해 갑절 이상 많은 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이 어려운 야키마 지역은 땅속 열, 즉 지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지열 히트펌프와 압축공기 발전을 융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시설이다. 지열은 공기가 지표면으로 방출될 수 있도록 가열하고 공기 압축기 동력원으로도 사용한다.

PNNL 측은 공기 압축과 지열이라는 서로 다른 에너지원의 결합은 야키마 사이트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개발한 가장 창조적인 시스템이라고 자평한다. 다양한 지역에 적용할 수 있고 기존 지열발전이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발전 시스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주정부가 요구하는 신재생에너지 도입비율은 최고 30%에 달한다. 하지만 기후조건에 따라 태양광, 풍력발전의 효율은 크게 차이 난다. 압축공기 발전은 필요할 때 즉시 전력을 생산하고 그 양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상호 보완할 수 있다. 두 지역에서 행해진 연구는 앞으로 압축공기 발전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 도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안형근 건국대학교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원의 단점은 기후,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려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이 대안으로 부상했다”면서 “압축공기 발전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을 크게 높이는 보완재로서 가치가 있어 향후 관련 기술 발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