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재부품 산업 호조세…한국은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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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 효과로 일본 소재·부품 업체들의 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해외에 생산기반을 둔 일본 세트 업체들과 달리 소재·부품 업체들은 자국 내 생산비중이 높아 직접 수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소재·부품 국산화에 집중해온 우리 기업은 일본 업체의 공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일본 소재·부품 업체들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엔저 효과에 힘입어 한국·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졌고, 환차익까지 더해진 덕분이다. 지난해 10월 아베 신임 총리가 집권한 이후 엔화 가치는 무려 30% 이상 절하됐다.

소니는 지난해 4분기(1~3월) 9분기 만에 순이익 흑자로 돌아섰다. 샤프도 지난 3분기(10~12월) 영업이익 소폭 흑자로 턴 어라운드에 성공했으며, 올 4분기(1~3월)에는 199억엔 흑자를 달성했다.

무라타·닛토덴코 등 일본 강소기업의 실적 개선 움직임도 뚜렷하다. 이들 업체는 한국의 공세로 한때 고전했지만, 최근 엔저 효과로 뺏긴 시장 점유율을 다시 회복 중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일본 소재·부품 업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0~70% 증가할 것”이라며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영업이익 전망치는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들이 기술력에다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가 소재·부품 생산에 집중하는 중국·대만 기업과 달리 한국 업체들은 일본과 첨단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서는 일본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터치스크린패널(TSP)용 필름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닛토덴코는 올 상반기까지 생산 능력을 최소 50% 이상 늘린다. ITO 필름 패터닝 전문업체인 니샤도 올 10월까지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ITO 필름과 패터닝 공정은 최근 국내 TSP 업체들이 국산화에 집중해온 대표 분야다.

한국 업체에 밀려 사실상 그로기 상태로 내몰렸던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살아나고 있다. 샤프는 최근 엔화 약세에다 삼성전자 신규 거래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났다. 10세대 LCD 패널 생산 라인인 일본 사카이 공장의 가동률은 최근 100% 수준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도시바 낸드플래시 공장도 풀가동 상태다. 최근 도시바는 증설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일본 부품업체 관계자는 “자국 내 생산 비중은 보통 50~70% 수준이어서 엔화 약세 수혜 폭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큰 편”이라며 “아직 자발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선 업체는 거의 없지만, 경쟁사가 나타나면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일본 IT기업 실적 추이(단위 : 십억엔)

*매출 전망은 일본기업 실적 발표회 자료 참고

일본 소재부품 산업 호조세…한국은 '발등의 불'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