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 원인이 브레이크와 엔진 사이에서 일어나는 특수현상 때문이라는 주장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제기됐다. 그러나 각계 전문가들의 반론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데는 실패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회장 김필수)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동차 급발진 원인과 대책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와 엔진 흡기밸브 사이의 공기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력서지(Pressure Surge)` 현상을 급발진 원인으로 지목했다. 압력서지 현상이란 관을 따라 흐르던 공기가 어떤 원인에 의해 갑자기 압력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엔진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그 압력에 의해 공기유입량을 조절하는 스로틀밸브가 과도하게 개방된다. 공기와 연료분사가 동시에 많아지면서 급가속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연구회는 브레이크와 엔진 사이의 공기순환 체계를 압력서지 현상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브레이크에는 작은 힘으로도 브레이크를 쉽게 누를 수 있도록 `진공배력(培力)장치`가 설치된다. 일종의 `진공관`이다.
이 장치는 한 번 사용하면 공기가 들어차기 때문에 다시 진공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기를 빼줘야 한다. 대부분의 차에서는 엔진 흡기밸브가 이 역할을 하며, 이 때문에 두 장치가 관으로 연결돼 있다. 그런데 이 관에서 이상현상이 일어나 압력서지가 발생, 엔진 흡기밸브에 영향을 미치면서 급발진으로 이어진다는 게 연구회 측 주장이다.
회장을 맡은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압력서지 현상으로 전자제어장치(ECU)의 스로틀밸브 통제가 무너져 공기와 연료가 과다하게 엔진으로 유입될 수 있다”면서 “동시에 진공배력장치에서 진공이 사라지면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세계적으로도 특정 현상을 급발진 원인으로 지목한 최초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국내서도 매년 300~400건의 급발진 사고가 접수되고 있어 관심이 컸다.
그러나 연구회 측이 구체적 근거나 실증실험 결과를 제시하지 못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발표현장에는 완성차 업체와 정부, 연구기관, 협회 등 각계 전문가가 대거 참석해 날카로운 반론을 폈으나 연구회 측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스스로도 “가설이다. 어떤 환경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모른다”고 한 발 물러섰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는 15년~20년 경력을 가진 자동차 전문가 20여명이 지난해 결성한 단체다. 연구회 측은 참여하는 전문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발생한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122건을 분석한 결과라고 연구회측은 밝혔다.
김필수 회장은 “정부와 관련 업계 주의를 환기시켜 압력서지 현상을 공론화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이들이 실증실험을 할 수 있도록 자료제공과 자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