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 글로벌 시장서 해법찾다]<3>영국 전력거래 시장 개혁 2라운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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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 전력회사 영업사원이 자주 찾아옵니다. 각자 자기 회사 전기를 사용하라고 권유하는데 현명한 소비자는 8개월에 한 번씩 전력회사를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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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엘리호씨가 말하는 전기요금 절약 가이드다. 영국 런던의 가정에서는 매월 일정 사용량을 정해놓고 이를 넘어서면 추가 요금을 내는 전기요금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그는 “계약 초기에는 긴장해 절전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느슨해진다”며 “8개월 정도가 되면 기준 사용량 자체가 대폭 인상되는데 이 즈음 회사를 바꾸면 좋은 조건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지난 6개월간 사용한 전기요금 1263파운드(210만원)가 적혀 있었다.

영국 전력 민영화 작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영국에서 소비자가 전력공급업체와 요금체계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영화로 권리 주체가 소비자에게 옮겨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 시장자유화 이후 영국 전력시장은 공급과 가격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에 전력공급업체의 과당경쟁, 담합, 복잡한 요금체계, 안정적 전력공급처 확보 등은 과제로 남았다.

◇전력 민영화 시장 정착

20년 동안 추진된 영국 정부의 전력시장 민영화 정책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대처정권은 지난 1987년 총선에서 전력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압승했다. 다음해 민영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이 법안은 1990년 3월 시행됐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영국 전력시장은 6대 전력회사 중심으로 운영된다.

전력 민영화의 전체적 평가는 정부와 소비자 모두 긍정적이다. 소비자 `선택권`이 핵심이다.

앤드루 홀랫 컨슈머포커스 정책관은 “소비자를 대변하는 기관 입장에서 민영화는 전체적으로 도움이 됐다”며 “공급업체 간 경쟁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효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경쟁을 도입한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평균 20% 내외의 안정적 공급예비율 확보도 성과로 지목된다. 또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판매회사 간 경쟁은 새로운 요금체계라는 상품혁신을 유도했다. 영국의 다른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비교해도 자동차 보험시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경쟁적 시장으로 평가된다.

요금 인하도 간과할 수 없는 측면이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1970년도에서 1980년으로 넘어갈 당시 전력 가격은 대폭 내려갔다. 다만 2006년께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정부와 소비자는 다른 이유를 지목한다.

크리스 스나리 DECC 국제 에너지보안 담당은 “가스요금 인상으로 전반적 요금이 인상된 것”이라며 “민영화 작업이 없었으면 요금은 지금보다 더 많이 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소비자 측에서는 전력공급 회사 간 경쟁 심화를 가격이 오른 원인으로 분석한다.

영국 정부는 기존 민영화정책의 보완 조치를 마련 중이다. 소비자에게 거짓말을 한 SSE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전력공급 업체 간 과당경쟁이 불러온 결과다.

규제기관은 이 업체에 1000만파운드 벌금을 부과했다. 그와 동시에 이 금액이 정부가 아니라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보상하도록 법률적 조치를 마련했다. 복잡하고 많은 전기요금 체계를 단순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전력시장의 새로운 도전

영국은 대대적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새롭게 추진 중이다.

영국 정부는 관련 계획을 담은 에너지 법안을 지난해 11월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올해 의회심의를 거쳐 국왕의 승인을 받은 후 내년 이행될 전망이다.

영국 전력시장은 노후 발전설비 대체 및 전력공급 안정성 확보라는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발전설비 노후화로 2020년까지 전체 설비의 25%가 폐쇄될 예정이다. 전력예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규 대체발전소와 송전선로 예상 건설비용만 1100억파운드(187조원)가 소요된다. 대규모 투자를 유인할 시장여건 조성 등 새로운 숙제도 대두됐다.

법안은 장기차액거래제도, 용량시장제도, 탄소가격하한제도, 탄소배출기준 등을 담고 있다.

쟁점도 적지 않다. 우선은 전력요금 상승문제다. 노후 발전설비 대체비용, 북해 가스매장량 감소에 따른 가스 수입의존도 확대, 저탄소발전원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소비자 전력요금 부담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규제기관 오프젬(Ofgem)은 지난 2월 영국의 전력요금 상승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오프젬에 따르면 올해 영국 가구당 연간 에너지비용은 1420파운드다. 반면에 DECC는 단기적 요금인상은 발생할 수 있으나 2030년까지 가구당 추가적인 에너지비용 증가는 낮다고 전망했다.

영국 정부가 원자력으로부터 생산된 전력에 일정 수준 이상 가격을 보장하는 방안도 EU의 국가보조금에 어긋난다는 분석이다.

허태욱 한국전력 런던지사장은 “신재생과 원자력에 발전회사의 투자를 유도하지만 기업들은 미온적”이라며 “업체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따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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