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SUV`는 도심에서만 탄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아마도 도요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도요타가 이번에 새로 내놓은 `뉴 제너레이션 라브4(RAV4)`는 크로스오버 차종을 표방하며 도심과 고속주행은 물론이고 어디서든 편안함을 유지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차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인생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는 슬로건까지 내걸고 `인생의 재미`를 앞세우는 중이다. 물론,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입 소형 SUV의 돌풍을 일으킨 폴크스바겐 티구안, 전통적인 강자 혼다 CR-V를 라이벌로 지목했다. 이토록 도요타가 자신감을 갖는 이유가 뭘까. 400㎞쯤 차를 타본 뒤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주력 모델인 3790만원짜리 4WD 모델을 시승했다.
![Photo Image](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5/23/431905_20130523111407_693_0001.jpg)
뉴 제너레이션 RAV4는 4세대로, 이름은 `Recreational Activity Vehicle 4 Wheel drive`에서 유래했다. 1994년에 토요타가 처음 내놓은 크로스오버 콘셉트의 소형 SUV로, 국내엔 지난 2009년 도요타 브랜드 출범과 함께 3세대가 처음 소개됐다. 일반적인 승용차와 같은 `모노코크` 방식을 써서 승차감을 강조한, 당시로선 꽤나 파격적인(?) 시도가 처음 적용된 모델이기도 하다.
구형과 비교할 때 사람들은 가장 큰 변화로 디자인을 꼽지만, 직접 타본 느낌을 바탕으로는 디자인 아닌 `주행감각`을 꼽고 싶다. RAV4 시승행사에서 만난 마츠모토 가즈히코 도요타자동차 부수석 엔지니어의 설명에 따르면 3세대와 플랫폼은 같지만 차체에 붙는 구조물들은 모두 새로 튜닝했다. 서스펜션을 비롯한 하체 접합부 강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는 얘기다. 실제 타보면 구형보다 탄탄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독일차보다는 가볍지만, 국산차처럼 통통 튀지 않는다. 차의 뒷부분이 침착하게 따라온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도 편안함을 잃지 않아 좋았다.
새 차의 핸들링은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하고 즐거웠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스포츠`모드로 놓을 땐 구불구불한 산길 운전이 더 짜릿했다. 도요타가 4WD 시스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한 탓이다.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앞뒤 바퀴의 동력배분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전 시스템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 다르다. 차가 미끄러지는 정도를 파악해서 동력배분을 달리하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신형은 운전대를 돌리는 순간부터 달라지게 했다. 스포츠모드의 경우 코너링 할 때 뒷바퀴굴림방식 차를 모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반 모드보다 뒷바퀴에 전달되는 힘이 더 많기 때문이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일단 10%가 뒷바퀴에 더 전달되며, 핸들링 각도에 따라 앞과 뒤에 힘을 최대 50%씩 나눈다. 가즈히코 엔지니어는 “3세대 모델엔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았지만 4세대에선 그걸 줄이는 데 집중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추가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탄탄한 주행성능을 자랑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의 가속감은 캠리와 비슷했다. 가솔린차 특유의 끈기가 느껴진다. 디젤차는 힘이 좋지만 호흡이 짧은 탓에 속도를 높일수록 힘이 부족해진다. 그렇지만 가솔린차는 호흡이 길어서 고속에서 충분히 힘을 낸다는 점이 매력이다. 179마력의 2.5ℓ 엔진을 탑재한 RAV4를 도심에서 살살 타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로드부터 오프로드까지 이래저래 다양한 용도로 탈 수 있는 차다.
내장재는 실제 만졌을 때보다 눈으로 볼 때 좋게 느껴진다. 지루하지 않은 인테리어 배색이 특징이다. 세련된 이미지다. 뒷좌석엔 에어컨 송풍구가 따로 없지만, 대시보드와 앞유리 사이에 뒤로 바람을 불어주는 송풍구가 자리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뒷좌석 등받이 각도도 조절되고, 다리 공간도 충분히 넉넉했다. 등받이를 접고 짐 싣는 곳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헤드레스트는 말랑말랑한 소재로 돼 있어 편했다.
한마디로 RAV4를 정의하면 `재밌는 차`가 아닐까 싶다. 기본기에 충실해서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선다. 여기에 똑똑함까지 갖춰서 어떤 환경에서도 든든함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운전이 즐겁고,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인생마저 즐거워질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