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제정된 제조물책임법의 개정작업이 처음 추진된다. 정부와 국회가 각각 진행 중인 가운데 국회에선 소비자 피해 입증책임 완화를 골자로 개정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 개정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방침을 고려할 때 국회 개정안과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22일 국회·정부에 따르면 김관영 의원(민주당) 대표 발의로 작년 말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발의돼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도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을 포함, 12인 의원이 공동 발의한 개정안은 소비자 피해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가 제조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했음에도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제조물에 이미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개정안은 제조물 대부분이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 공정을 거쳐 제조돼 소비자가 제품 결함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는 민법을 준용해 원고인 소비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돼 있다. 김관영 의원실 관계자는 “소비자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와 있다”며 “이번 개정작업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용된 판례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2003다16771 판결)와 `비료 사용 후 농작물 피해`(2005다31361 판결)다.
정부 개정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법 시행 10년이 된 지난해 외부 용역으로 법안 전반 검토를 마쳤다. 김정기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입증책임을 포함해 법안 전체를 검토해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시기와 구체적인 내용은 추가 협의가 필요해 공개가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는 공정위의 그동안 방침을 고려할 때 입증책임 부문에서는 의원입법 내용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 자체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공정위와 법무부는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찬성` 의견을 냈다. 중소기업청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기업 활동 위축, 블랙컨슈머 양산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한편, 의원입법안이 다음 달 열리는 임시국회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당내부거래 규제 강화` 등 정무위에서 처리해야 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입법이 별도로 추진된다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보고서에는 정부 개정안이 하반기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으로 나온다. 국회 정무위 입법조사관실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관련 현안 등 여러 쟁점사항을 고려할 때 6월 임시국회에서는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법안 통과는 변수가 많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어설명:제조물책임법=제조물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200년 1월 제정돼 2002년 7월 시행된 법률이다. 제조사에게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소비자 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의 손해배상의무를 지운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과 제품의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여 기업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표】제조물책임법 개정안(김관영 의원 대표발의) 주요 신설조문
※자료:국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