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조광휘(34) 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프린터 토너, 카트리지를 시중가격의 30%도 되지 않는 가격에 구입했다.
재제조 제품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잠시 고민했지만 신제품과 비교해 품질 차이가 없고 사후관리도 가능하다는 말에 지갑을 열었다.
조씨는 “토너·카트리지는 소모품인데 매번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재제조 제품이 유통되는 것을 알았다면 일찍 구매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사용 후 제품 재활용 시장(에프터마켓)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재제조 제품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산업자원통상부가 롯데마트와 `재제조 제품` 육성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초기 단계지만 국내에 재제조 시장이 자리를 잡은 것은 수 년 전이다. 하지만 관련제도와 소비 무관심 등으로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했다.
재제조는 사용 이후 제품을 분해해 소모성 부품을 교체하고 신품과 유사한 성능으로 복원하는 것을 말한다. 부품 대부분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자원·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다. 가격도 저렴하다. 2004년식 소나타 등속조인트 신제품은 16~18만원에 판매되지만 재제조품은 6~8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HP 흑백카트리지 신제품은 12만원, 같은 모델 재제조 제품은 3만원이다.
해외 재제조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부품 재제조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의 지난해 재제조 시장 규모는 64조원으로 추산된다. 재제조 자동차부품 시장 점유율은 42%에 달한다. 토너·카트리지 재제조기업은 5000여개로 생산제품만 연간 2700만개를 넘어섰다.
대중소기업 협력도 활발하다. 제록스는 카트리지 재제조업체인 파크 엔터프라이즈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품질관리, 부품 제조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다임러 벤츠, BMW, 폭스바겐이 재제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400여개 기업이 4000억원 규모의 재제조 카트리지를 생산했다.
국내는 아직까지 재제조 시장규모가 작고 제품도 한정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정부가 지정한 품질인증 대상은 자동차부품 10개뿐이다. 하지만 토너카트리지, 복사기, 산업기계 등에서 일부 재제조 제품이 유통되고 있어 인증·관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강홍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원순환기술지원센터장은 “재제조 산업은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 가능한 상생모델로 육성이 가능하다”면서 “재제조품 품질인증 대상을 확대하고 홍보에 주력해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시장 확대의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표// 자동차 재제조 시장규모 비교
자료=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