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사용료를 놓고 1년 이상 지속된 국방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분쟁이 타결됐다. 양측은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금전적 거래 없이 사용료 문제를 일괄 해소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유사 문제를 겪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방부-MS “과거는 묻지 않기로”
국방부는 지난 16일 국방 IT분야 선진화 사업을 위해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 체결을 계기로 MS와의 소프트웨어 사용료 분쟁도 타결됐다.
국방부 측은 “MS에서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며 “양측은 과거 문제는 종식하고 앞으로 국방 IT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MS는 지난해 4∼5월 국방부에 4차례 보낸 공문을 통해 “한국군이 사용 중인 SW 사용료가 21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이에 대한 협의를 요구했다.
한국군이 사용 중인 21만대의 PC가 모두 자사 윈도 서버에 접속해 있고 이는 애초 부여된 서버 접근 규모보다 많다는 취지로 사용료 지급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리눅스 등 다른 회사 서버에만 접속하고 있는 PC도 많다”며 MS가 사용료를 임의로 추산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소프트웨어 사용료와 일괄 정부계약(GA) 체결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다가 업무협력 체결을 계기로 이견을 해소했다.
나형두 국방부 정보체계통합과장은 “이번 협약으로 MS에 제공하는 옵션은 없으며 종전대로 경쟁을 통한 구매가 이뤄질 것”이라며 “양측이 과거의 일은 묻지 않고 미래에 대해서만 얘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MS 측도 “발전적인 관계를 위해 국방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은 곳은 어떻게
국방부와 MS간 분쟁이 관심을 끈 이유는 `클라이언트접속라이선스(CAL)`라는 소프트웨어 사용료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CAL은 서버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클라이언트 단말 장치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선스 방식이다.
국방부는 MS와의 계약 당사자인 시스템 통합(SI) 업체가 CAL 관련 내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견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제조사와 공급자, 사용자 간 사이에 라이선스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국방부와 MS간 갈등은 봉합됐지만 국방부와 같은 유사 사례가 국내 정부 기관들에 아직 남아 있다.
업계 따르면 국방부뿐 아니라 서울시·인천시·경찰청 등 다수 공공기관이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부터 CAL 추가 사용료 납부를 요구받고 있는 상태다.
실제 해당 공공기관은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의 CAL 정책 파악과 국방부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때문에 CAL 이슈는 국방부와 MS 사이에만 해결됐을 뿐,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공공기관 CAL 사용료 계약 지침과 분쟁 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공공기관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대형 기관도 다국적 SW기업의 CAL 이슈 제기에 뚜렷한 대응책이 없는데 중소형 기관은 상황이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공공기관의 CAL 사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CAL 사용료 분쟁은 지난해 국방부와 MS 간의 갈등을 계기로 기관과 기업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사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발간한 `2013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방부를 직접 거론하며 정부의 소프트웨어(SW) 무단 사용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CIO는 “다국적 SW기업이 CAL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CAL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 후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클라이언트접속라이선스(CAL): 서버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클라이언트 단말 장치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선스 방식이다. 계약 방식으로는 이용자 수에 따라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이용자 방식, 클라이언트 단말 수에 따라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디바이스 방식, 동시 접속 컴퓨터 수를 정해 놓는 서버 방식 등이 있다.
국방부-MS, 소프트웨어 사용료 분쟁 일지
○ 2012년 5월-MS 국방부에 소프트웨어 사용료 문제 제기. 2100억원대 손해배상 요구.
국방부 “일방적 주장” 반박
○ 2012년 7월-국방부·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 관계자 소프트웨어 사용료 문제 회의.
○ 2013년 2월-MS 국방부에 연간 130억원에 해당하는 일괄 정부계약(GA) 제안.
국방부 “GA 거절. 필요한 SW만 부분적 구매 방침”
○ 2013년 4월-美 무역대표부(USTR) `무역장벽보고서` 통해 국방부 미인가 소프트웨어 사용 우려 표명.
○ 2013년 5월-국방부-MS 소프트웨어 사용료 문제 타결. 금전적 보상 없이 발전적 협력 관계 양해각서(MOU) 교환.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