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기업인들에게 이달은 한해 농사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정부가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하는 각종 프로젝트가 물밀 듯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정의 달`이 무색할 정도로 밤샘작업과 주말근무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의 한 미용기기제조기업 사장은 아예 간이침대를 사무실에 들여놓고 숙식을 현장에서 해결하고 있다. 다른 전자부품 제조기업 사장은 지난주 둘째 아이를 출산했지만,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다.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이 지난해 종료되고 지역산업 지원예산도 큰 폭으로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나마 지원예산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늑장처리로 두달 가까이 발이 묶이면서 기업들 애를 태웠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와 LED시장 미개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광주 광산업체들은 죽을 맛이다.
실제 올해 59억이 배정된 호남지역사업평가원 신규프로젝트에는 69개 기업이 출사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다음달 예정된 선정기업 명단에는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5개사만이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예선탈락이다.
특구기술사업화 등을 지원하는 광주연구개발특구본부에도 평균 3:1 수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광주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신특화산업 사업설명회에도 200여명의 기업들이 참가하면서 가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른 지역 사정도 엇비슷하다.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 사업담당자와 줄을 대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인맥과 지연을 활용해 담당자를 소개받기도 하고 고가의 비용을 들여 사업계획을 컨설팅하는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경쟁사를 비방하는 투서도 이어지고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기업일수록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력과 능력보다는 로비에 강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역전략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옥석을 제대로 가려야 한다.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정부예산을 축내는 `나쁜(?) 기업`은 솎아내고, `초보 기업`이라도 경쟁력이 있으면 기회를 주는 혜안이 필요하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