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이 바둑 잘 두고 계시겠죠.”
새 정부 출범 후 옷을 벗은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공무원 A씨. 언제쯤 새로운 근무처로 인사하러 가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
A씨는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는 장관이 큰 그림을 생각하며 한 수, 한 수 두는 바둑이다. 괜히 이런저런 얘기 꺼내서 부담주기 싫다”며 말을 아꼈다.
뚜렷한 방침과 계획 없이 경고(?)만 계속되던 공공기관장 인사가 하나둘 시작되는 모양이다. 몇몇 기관장 공모 일정이 공고되는가 하면 어디에 누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점차 많이 들려온다.
41개 공공기관을 산하에 둔 산업부에서도 기관장 인사는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지난 정권에 비해 수는 줄었지만 산업, 무역, 에너지 등 덩치 큰 기관이 유난히 많다. 앞서 윤 장관이 임기 만료 전 기관장에 대해서도 교체 검토 의사를 밝힌 터라 인사 폭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윤 장관은 지난달 산업부 간부 인사를 마무리했다. 1급에 해당하는 두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옛 지식경제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재출범한 조직의 연착륙 기반을 다졌다.
앞으로 이어질 산하 기관장 인선은 새로운 체제를 완성하는 마지막 관문에 해당한다. 윤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설명한 것처럼 새 정부 철학과도 맞아야겠지만 전문성과 혁신성을 갖춘 인사를 적시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정권보다는 전문성이라는 코드에 대한 조율이 앞섰으면 한다.
대통령이 직접 자신을 대변할 인물로 뽑았던 인사가 대형사고를 치는 것을 보면서 무결점 인사가 얼마나 힘든지를 절감하는 요즘이다.
윤 장관에게 판세를 뒤집는 `신의 한 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차곡차곡 형세를 늘리는 한 수, 한 수를 기대해본다. 그것이 지금까지 윤 장관이 공직생활에서 보여줬던 스타일이기도 하고.
이호준 소재부품산업부 차장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