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풍력업계 <상>길 잃은 풍력제조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풍력발전기 제조사별 설치용량

풍력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제조업체는 수년째 국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발전사업자는 규제에 부딪혀 풍력사업을 꺼린다. 풍력산업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해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정부는 부처간 이견으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설치량을 바탕으로 단기간 성장한 것과 대치되는 모습이다. 풍력업계가 처한 현실과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2회에 걸쳐 조명한다.

지난 2년간 국내 제조사가 공급한 풍력발전기는 설치용량 기준 80메가와트(㎿) 내외다. 국내 적설치량은 493㎿로 해외 기업 제품이 주를 이룬다. 덴마크 베스타스와 스페인 악시오나 점유율이 각각 56.9%, 13.1%에 달한다. 국내 기업인 한진산업, 두산중공업, 유니슨이 4%대, 효성중공업, 삼성중공업, STX 중공업이 2~3%대 점유율이다. 시장도 작고 그마저도 해외 기업이 선점한 것이 국내 풍력시장의 현주소다.

풍력발전기 제조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현대중공업은 연결기준 올해 1분기에 매출 13조1429억원, 영업이익 3777억원 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61.7% 감소했다. 조선, 기계, 전기전자 시황이 좋지 않았지만 풍력, 태양광사업을 주관하는 그린에너지 사업부 실적도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 다른 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풍력발전기 제조기업 관계자는 “투자 개념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고 전체 실적에서 풍력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성장이 더딘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더 큰 문제다. 풍력발전기 수주에는 설치 이력과 장기간 운영을 통해 확보한 안전성 보증이 필수다.

덴마크 베스타스, 미국 GE, 독일 지멘스, 중국 골드윈드, 시노벨 등 세계 대형 풍력기업과 경쟁해야 할 후발주자로써 실적확보가 시급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계 풍력시장 규모는 연 45기가와트(GW) 내외다. 국내 시장은 수십㎿ 수준이다. 실적을 확보하고 운영 경험을 쌓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풍력발전기 전 제조사를 통틀어 동일 모델을 20기 이상 제조한 경험을 보유한 기업이 없다. 중소기업이 부품을 제공하고 대기업이 전체 시스템을 제조하는 선순환구조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오시덕 에기평 PD는 “풍력발전기는 제조단계보다 설치 이후 운영단계에서 경험을 통해 기술보완이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사업이 미진하다보니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며 “향후 세계 시장에 진출해 경쟁하기 위한 실적확보가 어려운 것이 업계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어려움은 국내 풍력발전사업 여건과 무관치 않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RPS 대상기업이 풍력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면 국내 풍력시장 활성화도 기대하기 힘들다. 불행히도 RPS 대상 사업자는 풍력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대표 사업으로 손꼽는다. RPS시행 첫해인 지난해 6개 발전공기업의 풍력사업은 남동·동서· 남부발전만이 자제 풍력발전을 추진해 REC를 일부 확보했다. 인허가 문제로 신규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육상풍력 기준으로 54개 사업, 1.8GW에 달하는 풍력발전프로젝트가 인·허가 단계에 묶여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육상 풍력은 인허가 문제로 사업추진이 안되는 경우가 다반사고 해상풍력은 아직 사업성에 확신이 없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풍력육성사업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현재 추진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 : 국내 풍력발전기 제조사별 설치용량, 점유율 (2013년 4월 현재 기준)

출처:한국풍력산업협회

사면초가 풍력업계 <상>길 잃은 풍력제조사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