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대형 빌딩과 공장이 정전 및 전기설비 고장 위험을 안은 채 수십 년간 지내온 것으로 밝혀졌다. 고장이나 정전이 발생해도 단순히 전선 이상이라고만 인식할 뿐 전기설비의 구조적 결함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12일 한국전력과 전기학회에 따르면 전선이 끊어지거나 땅에 닿으면서 발생한 전기설비 고장 및 정전 사고 대부분이 계기용변성기(MOF)의 내부 구조가 잘못 됐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MOF의 내부 철심 구조를 우리나라와 전력사정이 다른 일본의 것을 그대로 베끼면서 발생한 문제다. MOF는 변압기와 변류기를 한데 모으는 전력설비로 고압을 저압으로 낮춰 전력 사용량을 측정한다. 대형 빌딩이나 공장 등 고압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수용가에 반드시 필요한 설비다. 2012년 11월 기준 전국 고압 수용가는 34만5000호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설치된 MOF는 내부 철심 3개가 하나로 연결된 구조다. 이렇다보니 3가닥 전원공급선 중 일부가 끊어질 경우 끊어진 쪽 철심으로 부하가 몰려 MOF 내부 변압기가 폭발하게 된다. 3개의 전원공급선에서 부하만 서로 달라져도 내부에 전류가 순환하면서 변압기 내부 온도가 상승해 고장이 날 수도 는 것이다. 전선이 땅에 닿아 발생하는 지락고장 때는 고장전력이 변압기에서 한전 전원공급 계통으로 역송돼 인근지역까지 자칫 정전사고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 모의실험 결과에서도 10㎞ 이내 배전선로에서 지락고장이 발생하면 정격전류 4.0A보다 53배 큰 212A의 고장전류가 전원계통으로 역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1년 배전선로 전선이 끊어져 수용가측 MOF 18대가 소손된 사건이 발생했다. 변전소 전기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 두 가닥이 연속해 끊어져 복구했지만 MOF 18대가 2~3일 간격으로 연쇄 폭발했다.
한전 관계자는 “모든 전기설비 고장이나 정전 원인이 MOF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KS 규격대로 만든 제품을 수용가가 구입해 설치하기 때문에 한전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이 구매할 때나 지금이나 철심 구조는 같아 전국에 설치된 모든 MOF에 폭발 위험이 상존한다”면서 “철심 구조에 대한 규격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