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결국 금리를 인하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뒷북 인하` `찔끔 인하` `정치권에 굴복` 등 뒷말이 없지 않지만 뒤늦게라도 시장 요구를 반영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정부와 재계도 이를 반겼다.
한은은 엔저를 비롯한 국제 통화전쟁에 대응하고 정부 경기부양에 부응하겠다는 뜻으로 고집을 꺾었다. 이번 금리인하 효과를 극대화해야 경기도 살고 엔저 태풍을 비롯한 환율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금리인하는 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경기 악순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부동산과 증시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로 인해 소비심리는 잔뜩 위축됐다. 수요침체에 기업들은 허리띠를 줄인다. 개인들은 가처분소득이 감소하자 소비를 더 줄인다. 기업은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악순환이다.
금리인하와 대기업 투자 확대가 맞물릴 경우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풀린 돈이 소비와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실물경제 회복에 이르지 않는다면 금리인하는 안 하느니 못한 결과를 빚는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때마침 재계가 정부의 창조경제에 부응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의지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에 동행한 삼성, LG,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 수뇌부는 사상최대 투자 또는 추가 투자, 일자리 확대 뜻을 내비쳤다. 금리인하와 투자 활성화가 상승작용할 좋은 기회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경기 선순환 구조를 빨리 정착시킬 수 있도록 수시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당장 어렵다면 규제 완화 계획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풀리는 돈이 `투기`가 아닌 `투자`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점에서 미래투자 성격이 큰 창조경제 관련 산업에 돈이 몰리도록 하는 게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정부는 우선 기획한 창조경제 프로젝트를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자금이 이곳에 모여 건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들도 경기 회복과 창조경제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 이번 금리인하 효과는 극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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