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TV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소재 등 후방 산업이 뒤를 든든히 받쳐주지 못한다면 모래성에 불과합니다. 대·중기 동반성장 모델로 우리나라 소재 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습니다.”
터치산업 동반성장 포럼 초대 회장직을 맡은 김창범 한화L&C 사장은 소재 산업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우리나라는 세트에 이어 부품까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소재와 설비 산업은 취약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평소 나서기 싫어하는 김 사장이 포럼 회장직 제의를 단번에 수락한 것도 우리나라 소재 산업 발전을 위해 뭔가 해야 겠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터치스크린패널(TSP)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커버유리와 인듐주석산화물(ITO) 센서를 중국과 일본에 의존하는 한 장밋빛 미래는 없습니다. 소재 국산화를 위해 대기업·중소기업이 똘똘 뭉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중기 협력 구상은 그가 한화L&C 대표로 부임하면서 뚜렷해졌다. TSP 산업 경쟁력은 수율에 달려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TSP 공정 업체들이 곳곳에 산재돼 있어 운송 과정에서 수율이 급격히 낮아진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TSP 인프라를 한 곳에 모아 클러스터를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ITO필름·커버유리 등 핵심 소재는 직접 생산할 수 있지만, 패터닝·절단 등 후공정은 중소·중견 기업의 협력이 필요했다. 기술력이 있다면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직접 찾아가 만났다. 임직원들에게도 대·중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이사 취임 후 첫 공식 행사를 음성 공장 착공식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커버유리 일체형(G2) TSP에 투자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 성능 좋은 설비도 들여놨으나 이를 뒷받침해줄 기술이 성숙되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ITO 필름 생산으로 발 빠르게 전환해 타격을 최소화했다.
“G2 TSP 투자가 너무 빨랐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 때 고생한 게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로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당시 협력사들은 지금도 우리 회사의 큰 자산입니다.”
김 사장은 수요 대기업들이 소재산업 육성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의 근간인 소재산업 기반이 약화되면 결국 산업 전반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IT 시장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모든 것을 대기업이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동반성장의 틀이 탄탄해야 우리나라 소재 산업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터치산업 동반성장포럼 초대 회장으로서 기반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