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또 다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 삼성전자가 불산 누출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 강화 조치를 공식화한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환경·안전 규제 기관도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고용노동부의 `11라인 불산(HF) 화학물질중앙공급장치(CCSS) 사용중지 명령`에 따라 신규 공급장치를 설치하던 중 배관에서 잔류 불산이 누출돼 협력사 성도이엔지 작업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2일 밝혔다.
부상자들은 사내 부속의원에서 1차 검진을 받은 후 정밀진단을 위해 2차 사외 병원으로 이송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고 후 관계기관에 신고했고 현장 확인 등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확인되는 사항은 바로 공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기흥·화성단지총괄 조직을 신설해 사업장 환경안전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환경안전·인프라 전문인력도 충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사고가 재발하면서 삼성전자의 유독물질 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협력사 작업자들은 사다리 위에서 작업할 때 미끄러질 것을 우려해 내산장화를 신지 않았다. 늑장 신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사고발생 3시간이 지난 후에야 당국에 신고했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불산은 고농축·고압축 상태로 보관된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CCSS룸은 다른 배관에 비해 기압 상태가 높은 편이다. 불산은 일반 대기 상태에서도 초당 500m 수준으로 확산될 수 있다. 고농축 불산은 하천·토양에 누적돼 장기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업계 전문가는 “추가적인 조사 결과 이후에야 확인되겠지만 정황상으로 보면 배관 내 잔류 불산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환경안전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