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방법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직접 사막을 건너본 체험을 해본 사람의 차이는 실로 천지차이다. 체크 포인트에서 다음 체크포인트까지 약 10㎞ 내외이고 하루 가야 될 거리도 대강 40㎞ 내외정도의 거리다. 하지만 평지나 등산할 때 걸어가야 될 거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10㎞의 거리도 직접 걷거나 달려봐야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를 체감할 수 있다. 머리로 거리를 아는 것과 몸으로 거리를 체험해보는 것은 다르다.
`아프리카인`이라는 책의 주인공 르 클레지오가 킬로미터로 거리를 계산하지 않고 직접 걸어서 걸리는 시간으로 거리를 몸으로 느끼듯이 사막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고 할지라도 목적지로 내 몸을 움직여 이동하지 않고는 가야할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거리는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머리로 정교하게 계산한 거리도 실제로 걸어보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체험 없는 논리적 계산이 실제 장면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똑같은 거리라고 할지라도 당시의 기후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의 거리로 다가온다. 실천 없는 앎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여실이 보여주는 것이다.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공부를 통해서 습득한 지식을 현실변화에 적용하면서 자신의 지식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부단히 전개해야 한다. 일상적 삶으로부터 분리·독립된 사유체계는 관념적 파편이 일정한 논리체계나 구조 없이 엉성하게 얽혀 있는 허술한 거푸집에 불과하다. 앎을 통해 미래에 대한 바람을 이상적으로 뿐만 아니라 보다 현실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적 삶을 어떻게 해서든지 개조해보려는 몸부림이 다시 앎으로 순환하는 삶이 되지 않으면 앎은 삶과 관계없는, 삶은 앎과 관계없이 각자의 논리대로 굴러가기 시작한다.
결국 삶은 점점 피폐해지고 우울해지며 공연한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며 이유 없는 반항심이 생기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앎도 관념의 수레바퀴를 틀에 박힌 방식으로 돌리면서 자신의 삶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헛바퀴 돌리는 공허한 관념의 모래알로 산산이 퍼지기 시작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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