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들이지 않고도 전기자동차 시장 활성화를 조장할 수 있다. 지난주 프랑스 르노삼성 전기차연구센터를 방문했다. 르노 관계자는 자사의 전기차 `조에(JOE)`가 한 달 만에 1700대가 팔렸다고 설명했다. 2년 동안 우리 정부가 보급 사업을 통해 판매한 전기차보다 많은 수치다. 구매 보조금은 물론이고 무료주차 등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각종 혜택이 효과를 봤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배워야할 정부 정책이라고 여겨진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단품 시장이 아닌 충전인프라를 포함해 신재생에너지와 전력망을 연계한 각종 서비스까지 창출하는 미래가치 산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원정책은 해외시장을 주도하고 선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내 산업계는 전기차 충전기와 부품산업을 키워야 하고 전기차 배터리 교환이나 충전 등의 서비스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산업을 준비하기에는 시장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보급사업 등을 통해 판매한 전기차는 고작 1200대 수준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구매해 활용도 역시 제한적이다.
관련업계가 시장 반응을 살피기에는 역부족이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조금만으로는 시장 활성화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지원금 이외에 무료주차·버스전용차로 진입 허용, 도시통행료 면제 등 별도의 권한을 부여하는 지원책을 내놓으며 지난해 4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2011년 판매량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중국 베이징도 구매 보조금 이외에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추첨에 당첨되지 않고도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주는 혜택으로 시장 활성화를 부추기고 있다.
별도의 차량 운행 권한 혜택을 지원한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다. 이들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는 이미 한발 늦었다. 단순하게 금전적인 동기부여보다 전기차 고객만의 특권적 혜택을 부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기차 이용 고객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적인 정책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의 ICT 강점을 앞세운 충전기와 서비스 인프라 경쟁력으로 세계무대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