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임지훈 대표(33)를 사무실로 찾아와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010년 임 대표가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이던 당시 일면식도 없던 김 의장의 카카오톡에 투자하겠다고 회사를 찾아간 것이 인연이 되어 수 차례 만났었을 뿐이었다. 거래는 불발됐지만 임 대표의 투자 센스를 눈여겨 본 김 의장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설립을 준비 중인데 대표를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100명의 CEO`를 양성하겠다는 꿈을 임 대표와 함께 실현해 나가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작년 4월, 케이큐브벤처스(이하 케이큐브)가 설립됐다.

김범수 의장과 임지훈 대표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케이큐브가 1주년을 맞았다. 작년 5월말 `프로그램스`에 8억원 규모 첫 투자를 시작해 최근 `퍼펙트 선데이`까지 12개 벤처에 투자했다. 금액은 약 50억원을 육박한다. 업계에서 이렇게 빠르고 신속한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임 대표는 “어제 만난 기업이라도 `사람`이 괜찮다면 바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예상재무재표 같은 서비스나 숫자가 아니라 사업가의 능력과 의지”라고 말했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저에게 와서 `제가 이 사업 모델을 생각한 게 몇 년 전인데…`라는 말을 꺼냅니다. 저는 그러면 다시 물어봅니다. `그 때 왜 안하셨어요?`라고 말입니다. 진정성은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고안한 서비스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쓰고 고민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도 알아줄 겁니다. 저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진통제 같은 사업을 좋아합니다.”
케이큐브는 단기간에 독특한 문화를 정착시켰다. 바로 투자받은 업체들을 `케이큐브 패밀리`라고 부르며 상호 네트워킹을 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패밀리 데이`를 갖거나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패밀리` 간 협력이나 조언을 구한다. 임 대표는 “전문분야와 강점, 인맥이 다른 스타트업 멤버들이 유대감을 더하고 고민을 나누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케이큐브는 최근 `케이큐브 프렌즈`라는 시스템을 통해 스타트업 준비생들에게 무상으로 사무실을 대여하고 케이큐브 투자팀의 멘토링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케이큐브는 펀드 크기를 지나치게 키우지 않을 계획이다. 펀드 크기는 벤처캐피털의 수익과 직결되지만 수수료가 10억원 미만인 케이큐브 투자 스타일엔 어울리지 않는다. 당초 세웠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자금 소진율이 빠른 만큼 정부 자금 등에도 서서히 관심을 돌리고 있다.
임 대표는 마지막으로 케이큐브의 목표에 대해서 언급했다.
“케이큐브는 스타트업의 베스트 프렌드로 자리잡기를 기대합니다. 국내 유수의 기업에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연락할 수 있는, 초기기업 투자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과 대한민국 인터넷 모바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