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혼자 `원맨쇼` 한다고 해서 되겠나. 대기업은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지난달 취임 후 한 달간 이어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동반성장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윤 장관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전자신문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 대기업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흩어진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것이 장관이 해야 할 일”이라며 “대기업은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을,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불공정 행위 근절과 투자 확대가 우리 경제 활성화와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앞당긴다는 게 윤 장관의 생각이다.
윤 장관은 “대기업이 입찰을 실시했으면 중소기업에 입찰가를 인정해줘야 하는 것이고, 추가 가격협상을 할 것이라면 입찰 전에 미리 밝히는 게 맞다”며 “이것만 바꿔도 (대중소기업 거래 환경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값주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기업 투자 중요성도 언급했다. 윤 장관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중소기업 금융 지원은 결국 `빚`이 되기 때문에 대기업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대기업의 역할을 당부했다.
윤 장관은 최근 산업부의 동반성장 행보가 장관 취임 후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각에서 왜 갑자기 (대기업에) 강하게 나오는 것이냐고들 하는데, (옛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부터 동반성장을 강조했다”며 “장관 취임 후 동반성장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제값주기, 전속거래 개선 등을 계속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가 기업 처벌 등 공정거래위원회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윤 장관은 “(대기업 불공정행위를 지적한 것은) 처벌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밝혀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던 불공정 행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론화하면 대기업이 그릇된 관행을 반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뜻이다.
윤 장관은 차관 시절 힘겹게 이뤄낸 소프트웨어(SW)진흥법 개정 경험이 동반성장 행보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SW진흥법 개정시 각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예외 조건을 주장했는데, 그것을 수용했다면 대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주장을 쏟아냈을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이 과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반성장 정책에도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오는 18일 APEC통상장관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로 출국한다. 이를 계기로 통상 장관으로서 업무도 본격화한다. 윤 장관은 “통상 업무가 추가돼 업무 강도는 높아지겠지만 차관과 보조를 맞춰 통상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