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진화 혹은 폭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자체 생산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 스마트폰 경쟁사들은 물론 공급망에 포진한 전후방 연관 산업군도 직접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공급망관리(SCM) 체계 전반이 급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4억대, 스마트패드 30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스마트폰은 지난해보다 30%, 스마트패드는 무려 250%나 각각 늘려 잡은 수치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소재·부품 공급 능력은 제한적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수백억원 규모의 증설 투자를 적기에 단행할 정도로 재무 구조가 좋은 협력사가 손에 꼽을 정도”라며 “협력사 생산 능력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작 외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카메라모듈 등 핵심 부품 공급 부족 사태가 터지면서 일부 담당자들이 문책을 받기도 했다.

무선사업부가 나홀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자작에 대한 DS부문(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내부 반발도 잦아들었다. 무선사업부는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절반, 전체 이익의 70%를 벌어들일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스마트폰 외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선사업부에 더 큰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자작을 바탕으로 한층 더 강도 높은 협력사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제조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협력사에 대한 판가 인하 압력은 덜했다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다. 핵심 부품 공급 부족 현상이 그 만큼 심각했던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갤럭시S4(3G 모델) 제조 원가는 갤럭시S3(3G)보다 15% 상승한 244달러다. 풀HD 디스플레이, 1300만 화소 카메라모듈, 얇고 가벼운 케이스 등 주요 부품은 갤럭시S3용보다 20~30% 비싸다. 반면 갤럭시S4 출고 가격은 6% 오른 580달러(북미기준)에 그쳤다. 무선사업부가 원가 낮추기에 집중하는 이유다.

그러나 무선사업부의 자작 행보에 안팎의 반발이 컸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반도체를,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 등 핵심 부품을 무선사업부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 부품 계열사 관계자는 “무선사업부의 자작 비중이 커지면 외부 협력사들은 물론이고 관계사들도 입지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내심 불편한 기색이다. 중소기업 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한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무선사업부가 유리한 위치를 활용해 협력사를 압박할 가능성도 우려한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적잖은 자금을 투입했다. 혈세를 쏟아 키운 소재·부품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도 협력사 공정거래 조성을 올해 역점 사업으로 꼽은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품을 자체 제작하는 건 맞지만 협력사 공급 물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오은지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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