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벤처투자 늘린다

삼성전자가 벤처 투자를 크게 확대한다.

인수합병(M&A) 증가 사례에서 확인되듯 기술 급변에 발 빠르게 대처하려는 움직임이다. 스마트 혁명으로 우량 벤처의 지속적 등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와 회사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벤처펀드 출자 규모는 715억원에 달했다.

전년도인 2011년 521억원과 비교해 37% 늘었다. 2010년에는 425억원이었다.

벤처펀드는 대개 출자 후 2~3년 내 투자가 이뤄진다. 회사 보유 벤처펀드 규모는 지난해 말 1381억원(장부가액 기준)이다. 대부분 관계사인 삼성벤처투자가 보유한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비관계 벤처캐피털이 결성하는 펀드에도 공동 출자자(LP)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벤처펀드 투자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 벤처캐피털업체 대표는 “삼성 벤처투자팀이 벤처캐피털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투자처도 정하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벤처투자도 기업 발굴을 하지만 주로 관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처와 관련해 “공개할 수 없다”며 “회사가 공동 기술 개발하는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벤처투자 확대에 업계 의견은 엇갈린다. 글로벌 대기업으로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본다. 인텔캐피탈을 활용하는 인텔과 같이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기술 경쟁력 유지와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나서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반면에 삼성전자의 벤처투자 시장 참여에 우려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납품을 앞둔 업체만 골라서 투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실제로 삼성이 투자한 벤처기업은 기업 프리미엄이 많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투자 후 물량을 몰아줘 동종 업체 불만이 높다는 불만도 나온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관계사를 이용해 투자를 한다지만 삼성전자와 관계있는 곳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동반성장 일환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민간 모태펀드를 결성해 벤처 투자시장을 키운다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태펀드는 벤처기업이 아닌 벤처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다. 정부는 1조5000억원 규모 모태펀드를 결성해 5조원가량 벤처투자 시장을 창출했다.


【표】2011년 이후 삼성전자 출자 벤처펀드 현황(단위:%, 100만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 벤처투자 늘린다

홍기범·김준배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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