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기술·문화 융복합 시대이다. 전자산업 뿐 아니라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K-POP, 한류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를 국내 기업이 선도한다.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권 못지않게 문화·예술을 보호하는 저작권도 중요하다. 디지털저작권 관리는 특허기술의 중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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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Copyright)의 기본 정신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의 표현을 보호함으로써 공중에게 사상과 내용을 전파해 문화 발전을 도모하는데 있다. 저작권은 문학에서 출발해 음악·미술·무용·사진·건축으로 확장돼 소프트웨어(SW), N-스크린, 온라인 저작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디지털 영역까지 진화했다. 저작권은 예술 창작물에 대해 일정기간 독점권을 줘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복사·배포·공연·전시·전송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권리다.

고대에 서적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쓴 필사본이라 경제적인 가치가 거의 없었다. 1455년 구텐베르크 인쇄 활자로 인쇄기술이 발전하고 서적이 배포되면서 저작권 논의가 시작됐다. 1710년 앤 여왕 칙령(Statute of Anne)을 현대 저작권법 효시로 본다. 이전에는 책을 찍어내는 인쇄업자가 권리를 가졌으나, 앤 칙령부터 글을 쓴 창작자에게 권리를 부여하기 시작해 현대 저작권의 기초를 마련했다.

특허는 과거에서 진보한 새로운 기술을 보호한다. 그러나 저작권은 개성과 독창성 있는 표현을 보호한다. 요구되는 수준은 높은 예술적 수준의 독창성이 아니라,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은 정도면 충분하다. 예컨대 어린이가 그린 그림도 저작권의 대상이다.

사진이 저작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한때 논란이 있었다. 사진은 실물을 그대로 찍는 것이므로 독창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1884년 사진작가가 찍은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이 작가가 의도한 피사체의 구도, 빛의 방향과 세기 조절, 카메라 앵글 설정 등 독창성을 인정받아 저작물 범주에 포함이 됐다.

저작권은 베른 조약 및 국제지적재산권기구(WIPO) 조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통일화되는 추세다. `오페라의 유령` 같은 해외 뮤지컬의 국내 공연은 저작권 라이선스 계약 결과다. 베른 조약은 무방식을 택하고 있어 창작이 일어나는 순간 권리가 발생한다. 권리 보호를 위해 따로 등록절차가 필요하지 않지만 추후 분쟁 시 입증을 위해 등록을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저작권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돼 저작권자의 보호가 강화됐다. 개인이 저작물을 공표한 시점부터 보호를 시작해 저작자 사후 70년 동안 존속된다. 디지털시대에 맞춰 저작권이 진화하고 있다. 저작물이 불법 유통되면 복제권과 전송권이 침해 된다. 유튜브 같은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불법게시물을 신속히 삭제해야 면책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저작권 관리(DRM) 기술도 발전하고 특허 기술로 보호되고 있다.

저작권도 특허와 같이 창작의욕을 북돋아 주기 위해 창작자에게 독점권을 주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문화 발전이라는 더 큰 공익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창작자의 권리 못지않게 사용자의 공정이용도 중요하며 둘 사이에 균형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충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chungkonk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