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신재생에너지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위기에 봉착한 신재생업계의 단비인 동시에 제2의 중동 신화를 만들 수 있는 장이 열렸다는 평가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50GW 규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사우디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는 2032년까지 신재생에너지 54GW, 원자력발전 17GW를 도입해 국가 전체 전력 생산량의 절반이상을 신재생·원전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재생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사우디 발전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무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우디는 2011년 기준 전력 생산의 100%를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가스터빈이 62%, 복합화력이 32%가량을 차지한다. 가스와 원유 사용 비중도 74%에 달한다. 하루 전력수요를 감당하는 데만 80만배럴의 원유를 소모한다. 이는 지난해 미국, 카타르 하루 원유생산량과 맞먹는다. 사우디는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태양광·태양열 발전은 사우디 시장에 최적화된 발전원으로 손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재생에너지 연구센터(KACARE)는 다음달 23일 사우디 지속가능에너지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구축을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간다. 각국 신재생·원자력 관련 정부·기업 관계자도 참여해 사우디 진출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돌입한다. 미국 퍼스트솔라, 선파워, GE와 중국 JA솔라 등 세계 유수 태양광·태양열발전 관련 기업이 CEO급 인사를 대거 파견한다. 신재생·원자력 분야 기반 기술이 없는 사우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신재생·원전 프로젝트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높다.
국내 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아모퍼스 태양전지, 삼성SDI·현대아반시스는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태양전지, 현대중공업과 신성솔라에너지, STX솔라 등은 다결정 태양전지로 공략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심포지엄을 통해 자사 제품을 사우디에 설치해 성능을 점검하는 현지화 테스트를 논의하고 있다.
안형근 건국대학교 교수는 “국가가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기업, 제품 인지도와 더불어 외교적인 협력이 중요하다”며 “신재생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최선의 시장으로 사우디가 급부상 하는 만큼 우리 업계의 경쟁력을 사우디에 알릴 수 있는 현지화 테스트를 추진하는 데 업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