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 폰트 사용 빌미로 합의금 요구 논란

일부 법무법인이 수익을 내기 위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글자체(폰트) 이용자에게 경고장을 보내는 사례가 급증했다. 고소를 빌미로 협박해 합의금을 요구하는 피해가 발생해 이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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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이용자가 법무법인을 받은 경고장 일부

법무법인 T, M, W 등은 산돌서체, 한양서체, 아시아서체, 휴먼옛체 등 특정 폰트를 사용해 콘텐츠를 만든 이용자에게 저작권 침해 행위를 근거로 경고장을 발송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고장을 받은 한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자는 “매킨토시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에 있는 폰트를 사용해 동영상 자막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재했는데, 법무법인 M에서 `프로그램 정품확인 요청서`를 받았다”며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해서 급히 동영상을 내렸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포함된 폰트를 사용한 것이 불법인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폰트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경고장 사례가 늘다 보니 이용자 측에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일부 법무법인에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정품 사용료나 합의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피해자 5000여명이 인터넷 커뮤니티(카페)를 결성해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변호사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피해사례와 입장을 전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가입한 한 피해자는 “피해자가 무죄판결을 원해 잘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의금을 유도하는 것 같다”며 “특정 법무법인에서 계속 연락이 오고 합의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밝혔다.

피해자로부터 상담을 받은 구주와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는 “하루에 4~5건씩 상담 문의가 들어온다”며 “지난해 말부터 상담 건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역으로 부당 합의금 요구 명목으로 답변서를 보낸 후 특정 법무법인에서 더 이상 독촉 전화가 없었다는 것이 구 변호사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측에서는 특정 폰트를 보유한 소프트웨어(SW)를 설치했을 때 다른 폰트 사용 SW를 연동한 사례가 침해 사유라는 입장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실제로 사용하는 폰트 수량 대비 라이선스 인증 대수가 부족한 경우에도 침해 행위로 본다”고 밝혔다. 대표 워드프로세서 SW인 `한글` 약관에는 `한글폰트는 다른 프로그램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어 법적 조치를 받는 것은 정당하다는 의견이다.

문화부에서는 “정품 프로그램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폰트파일을 다른 프로그램에 불러와 이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품 SW 강매, 과도한 합의금 요구, 형사 고소 취하 조건으로 제품 강매, 합의금 요구는 저작권법에 근거해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화부 입장이다. 구 변호사는 “폰트 복제는 다른 컴퓨터로 복사·저장할 때 발생하는 문제”라며 “라이선스권 관련 위험 요소가 있으니 인터넷에 떠도는 폰트를 불법 다운로드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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