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수 홀대론`에 쿨하게 대처하는 방법

서울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어김없이 `내수시장 홀대론`이 등장했다. 해외 유명 모터쇼에는 자사 기술력이 응집된 최첨단 자동차를 앞다퉈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한국 자동차 업계가 국내 대표 모터쇼인 서울모터쇼에서는 어디선가 본 듯한 `김빠진` 차만 선보인다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에는 이유가 있다. 현대차는 다섯 대의 세계 최초 공개(월드 프리미어)를 약속했는데, 이 중 네 대가 상용차다. 상용차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승용차 중심인 모터쇼에 상용차를 대거 내세운 것은 `구색 맞추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차도 한 대의 월드 프리미어를 선보이는데, 같은 기간 미국에서 열리는 뉴욕모터쇼에는 세 대를 공개하기로 해 입방아에 올랐다. 똑같이 세 대씩 전시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쌍용차가 두 대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로 해 체면을 살렸다.

화를 내기 전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현상은 자동차 업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전자업계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CES 등 해외 유명 전시회에서는 세계 최고의 제품을 최초로 공개하는데 열 올리다가도, 국내 전시회에는 재탕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여 참관객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어쩌면 이런 대접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기업이 우리나라보다 수십배나 큰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상식적인 일 아닌가. 70~80년대 이후 수출이 온 국민의 `역사적 사명`이었음을 생각해보면 `해외 시장 우대`는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 그런 생각을 알게 모르게 가져왔고, 우리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화를 낼 일도 아니다. 국내 업체가 내수시장을 홀대하더라도 좀 더 `쿨하게` 웃어넘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내수 시장에서 더 비싸게 팔아도 `쿨하게` 구매해주는 우리 소비자들 아닌가.

서울모터쇼에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우리 차가 적으면 어떤가. 부쩍 성장하는 내수시장 덕분에 몰려오는 멋진 수입차도 많다. 모터쇼 조직위원회의 자랑처럼 수백명의 레이싱걸·컴패니언걸의 활약상도 볼만하다. 관중도 많아졌다. 어느덧 `세계 3대 모터쇼`로 성장했다. 세계 3대 모터쇼를 국내 기업들이 왜 이리 홀대하는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 고민은 접어두고 이 많은 볼거리를 즐겁게 구경하고 오면 그만 아니겠는가.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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