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새롭게 키웠다. 다음 세대가 국가경쟁력에 창의력을 더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큰 성장을 이뤄낼 것이다. 바로 `창의적 창업시대`의 도래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개인이 공유경제 플랫폼을 활용해 창업하는 이른바 `마이크로안트러프러너십 경제시대(Micro-Entrepreneurship Economy)`를 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이 신조어는 창의적 개인의 창업 열풍을 의미한다. 열정적이면서 개인역량이 뛰어난 젊은 직장인의 인생관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더 이상 `평생직장`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들의 대거 탈출이 예상된다. 정부도 중소기업 진흥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면서 소규모 창업이 붐을 이룬다.
지난해 5월 30대의 젊은 CEO가 이노디자인을 방문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부드러운 눈매가 인상적인 권익환씨였다. 권 대표는 디자인 프로젝트 의뢰를 위해 앞서 장문의 편지로 내게 직접 연락을 취해왔다. 창업 이전에 자동차 업계에서 일했던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본격적으로 상품화하기 위해 이노디자인을 찾아왔다.
권 대표에게 이노디자인 방문은 그 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도 같은 목적으로 이노디자인을 찾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보다 다각적 디자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2년의 준비시간을 가졌다.
권 대표는 그동안 예산만 마련한 것이 아니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을 이수해 디자인 중심의 혁신 경영을 위한 노하우도 익혔다. 그는 그 과정을 통해 디자인이 경영 성공의 핵심임을 더욱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권 대표의 아이디어는 자동차 소유자라면 누구나 겪는 `문콕 테러`를 해결하기 위한 상품이었다. 문콕 테러는 좁은 주차장과 운전자의 부주의한 도어개폐로 인해 타인의 차량에 흠집을 내는 행위를 말한다. 소비자는 문콕 테러를 해결하기 위해 조악한 형태와 일회용품 수준의 제품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 업계에 일하면서 소비자의 불만에 공감한 권 대표는 수년 동안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동차를 보호하면서 자동차 디자인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문콕 방지 전용 도어프로텍터를 개발하기로 했다. 직접 고안한 아이디어로 특허까지 취득하는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이노디자인에서 프로젝트가 시작하자마자 문제점이 나타났다.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아이디어를 검토한 결과 핵심 특허 내용에서 부족한 면이 드러났다. 부피감과 풍절음, 세련된 외형을 뽑아내기에 그가 자랑스럽게 내민 특허 내용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였다.
디자이너는 아티스트와 달리 달리 고객(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최대한 만족시켜야 한다. 디자이너의 감각과 기술만큼 해당 기술보유 업체의 전문성은 상품 성공과 직결된다. 특허까지 낸 권대표의 아이디어를 리셋하는 것은 프로젝트 초반에 많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객을 진정 만족시키는 것은 성공적인 디자인 결과물이이다. 권 대표와 상의 후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구조와 방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형태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외형에 가방 버튼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가 채택됐다. 이는 별도의 키가 없어도 연장 보호 패드를 탈부착 할 수 있다. 유사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LED조명을 삽입하면서 혁신적인 디자인의 자동차 `D.E.P.S(Door Edge Protector System)`이 완성됐다. 샤픈고트의 이 제품은 문콕방지 기능만이 아니라 자신의 자동차를 더욱 개성적으로 돋보일 수 있는 자동차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블루오션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이며, 아이디어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권 대표와의 만남은 아이디어와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려준다. 그것은 기성 기업과의 `신뢰`다.
권 대표는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감만큼 이노디자인이 최고의 답을 찾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특허등록, 생산계획 등 수정된 항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자신이 선택한 파트너와 신뢰에서 찾은 결정으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성취욕이 강한 사람을 일컫는 `고게터(Go Getter)`는 어떻게 해서든 원하는 것을 이뤄낸다. 나 역시 이노디자인 창업초기 백화점을 돌며 상품포장 회사를 찾고, 다시 대표를 만나 프로젝트 계약까지 따낸 바 있다. 자신의 오랜 정성이 담긴 특허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이노디자인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선택한 권 대표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청년 CEO가 있다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고민해보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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