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김승조)이 올해 초 출연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문을 연 `다빈치 랩`. 20여 명의 연구원들이 점심시간이 가까웠는데도 테이블 위에 3D프린터로 만든 회로기판이나 항공기 엔진 모형체 등을 늘어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랩은 연구원들이 인공위성이나 무인항공기, 비행제어컴퓨터 등의 부품을 개발하기에 앞서 3D프린터로 직접 시제품을 만들어 문제점이 뭔지 체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창의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도 르네상스 시대 대표 화가이자 천재 과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을 따 다빈치 랩이라 지었다.
김승조 원장은 “연구원들의 작업을 도와주는 기능원을 따로 배치하지 않은 이유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휘되는 창의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며 “민수헬기의 기술 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미리 3D프린터로 헬기를 만들어 보는 등 이용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다빈치 랩을 찾았을 때 항공추진기관팀(팀장 차봉준) 3명이 안석민 항공기술실장으로부터 노하우를 전해 들으며 기술 자문을 받았다.
차봉준 팀장은 “비행기 엔진 날개를 설계할 때 사실 페이퍼 상으로 나타나는 것과 실제로 만들어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만들어보기 전에 냉각이 잘 되는지 등의 여부를 목업을 통해 우선 확인해 볼 수 있어 제작비용과 기간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추진기관팀을 이끌고 있는 안석민 실장은 “엔진부품을 개발 중인데 국산화를 위한 국내 설계는 처음”이라며 “3D 컬러 및 흑백 프린터 2대와 인쇄회로기판 제조기 등이 비치돼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 랩 다른 한편에서는 위성에 사용되는 인쇄회로 기판 시험이 한창이었다. 동판 위에 그리 복잡하지 않은 회로를 `캐드스타`로 직접 설계해 PCB 가공기로 즉석에서 만들어 성능을 시험하는 일이 진행됐다.
김승조 원장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언급했던 3D프린터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데 타이타늄을 녹여 금속제품을 만드는 장비까지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우선은 이곳에서 항우연과 대학을 연계, 협력하는 학연 중심의 협업개념을 구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