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완 하나은행 정보전략본부장은 지난 1월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은행에 복귀했다. 하나아이앤에스로 자리를 옮긴 지 3년만이다. 유 본부장은 하나아이앤에스 시절 카드와 증권을 제외한 계열사 IT서비스를 담당했다. 그룹 차원의 서비스, 수익과 매출 등을 신경 써야 했다.

유 본부장은 “은행에서는 경영에 대한 부분은 현업이 책임지기 때문에 IT만 신경을 썼는데 하나아이앤에스에서는 전체적인 부분을 염두에 둬야 했다”며 “은행에만 있었더라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이었고 CIO 역할을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규제 대응이 최우선 과제=1990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한 유 본부장은 20여년 동안 하나은행 IT전자금융팀장, 정보계 개발팀장, 기획부장, 차세대프로젝트 총괄 본부장, 정보전략본부장 등 주요 직책을 담당해왔다. 지난 3년을 제외하고는 업무 대부분을 은행 정보화에 집중했다.
CIO로 은행에 복귀한 그의 앞에 높인 최우선 과제는 각종 규제 대응이다. 연이은 금융권 보안 사고로 인해 망분리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망분리는 지주사 차원에서 적용 범위와 방식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DB암호화가 의무화됨에 따라 DB암호화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DB암호화 솔루션을 적용하면 시스템 성능이 저하된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DB암호화 솔루션을 적용하지 않고 행정안전부 제시 26가지 위험도 분석기준에 맞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유 본부장은 “암호화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보다 26가지 위험도 분석기준을 충족하는 과정이 더 어려운 일”이라며 “보안 관련 사업이 올해 하나은행이 추진할 정보화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보안에 대한 유 본부장의 생각은 하나아이앤에스 시절부터 남달랐다. 그는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통합보안관제센터`를 설립을 주도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통합보안관제센터를 통해 24시간 그룹 차원의 모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통합보안관제센터에는 방어·차단·통제·모니터링 과정에서 다양한 보안 지식이 축적되고 역량도 높아진다”며 “자체 인력만으로는 다양한 사례와 유형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체 인력 중 절반은 협력업체 인력으로 구성해 사고 대응력을 높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효율적 글로벌 진출 토대 마련=하나금융그룹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글로벌`과 `스마트`다. 하나은행 역시 포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스마트 뱅킹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한다. 이를 지원하는 것도 유 본부장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하나은행은 현재 중국(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과 인도네시아(PT뱅크 하나)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법인에 적용된 플랫폼을 수정, 2010년 인도네이사 법인에 적용·오픈했다. 해외 점포 시스템의 표준을 만들어나가는 동시에 미국 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특히 향후 설립할 해외 법인에는 오픈소스 기반 플랫폼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플랫폼을 오픈소스로 전환하고 이를 미국 법인에 적용하는게 골자다. 오픈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기간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해외 점포 중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유 본부장은 “해외 점포들은 국내 은행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오픈소소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비용을 줄이고 표준화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유지보수는 우리가 해주기 힘들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가능한 개발 업체들과 제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법인 규모가 커지면 조금 더 안정적인 시스템을 적용하겠지만 현재는 오픈소스가 적합하다고 덧붙여 말했다.
지주 차원의 공통 플랫폼도 구상한다. 외환은행을 비롯해 증권, 카드, 보험 등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각 관계사와 논의할 계획이다. 푸시서비스를 예로 들면 은행과 카드사가 따로 개발하는 게 아니라 지주 차원에서 개발하고 모듈을 공통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유 본부장은 “올해 경기 전망 때문에 투자가 보수적으로 예정돼 있어 대형 사업보다는 내부 아키텍처를 정비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기반 마케팅 위한 기반 조성=유 본부장은 CIO로 근무하는 동안 자신의 역할은 무언가를 완성하는 게 아니라 `완성될 모델로 가는 다리를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 기반 마케팅 역량 강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게 그 중 하나다.
금융 서비스와 관련 시스템의 성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무리 먼 곳에서 타행이체를 하더라도 바로 현금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든 금융권이 데이터 관련 분석과 마이닝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는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은 “은행은 경품을 걸고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었지 낚시로 직접 낚는 마케팅을 하지 못했다”며 “지금 빅데이터가 회자되고 있지만 데이터 양이 많아졌을 뿐 근본적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분석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와 이를 마케팅과 연계시킬 수 있는 기법인데 대부분 금융권에 이런 역량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CIO로 근무하는 동안 이런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CIO를 비롯한 IT조직 직원들의 분발도 언급했다. 내부적으로 IT가 천대받는다고 하지만 스스로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반문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경영진은 전산을 모르기 때문에 IT조직에 업무를 일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IT 담당자들이 비즈니스 언어로 얘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CIO 역시 경영진의 관심을 유발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CIO로 근무하는 동안 IT와 현업의 괴리를 줄이고 경영진이 IT를 `경영 동반자`로 생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유 본부장의 소망이다.
유 본부장은 “후배 CIO와 IT조직원이 조금 더 쉽게 정보화혁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하나은행이 글로벌 은행으로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약력
유시완 정보전략본부장은 고려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이후 20여년 동안 하나은행 IT전자금융 팀장, 정보계 개발팀장, IT기획부장, 차세대 프로젝트 총괄 본부장, 하나아이앤에스 IT서비스본부 상무 등을 담당했다. 하나아이앤에스로 발령난 지 3년 만인 올해 1월 은행 CIO로 복귀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