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관계인 유료방송사업자가 20일 이례적으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한 것은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료 요구가 갈수록 거세진 데 따른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지상파에 재전송료로 지급하는 금액이 이미 적지 않은데, 올해 들어 30% 이상 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상파는 3사가 공동으로 협상을 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는 개별적이어서 협상력도 약했다.
◇지상파 요구 `도 넘어`
지난해까지 지상파는 유료방송사업자에 채널당 280원의 CPS를 받았다. 유료방송사업자는 한 가입자당 840원씩을 지상파 방송사에 지불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월 840원씩 연으로 환산하면 1만80원을 내는데, 이는 케이블TV 가입자당 월매출액(ARPU) 대비 9.2%나 된다”면서 “미국 유료방송사업자의 지상파 재전송료가 ARPU 대비 약 0.4~0.8% 수준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가 얼마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올해 CPS 인상까지 요구했다. 지상파 3사는 유료방송사업자에 올해 월 350원을 제시했고, 일부 사업자에게는 월 400원을 제시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보다 31% 인상된 수준이다. 인상 금액을 적용하면 지상파 재전송료는 ARPU 대비 12% 수준까지 높아진다. 이 경우 유료방송사업자는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어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CPS 방식 적정성도 논란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에 CPS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논란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CPS는 프리미엄 채널에 적용하는 것이며, 가입자의 채널 선택에 따라 그 중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즉 모든 유료방송 상품에 기본으로 포함되는 지상파에 CPS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CPS 방식을 적용하면 디지털 유료방송 가입자가 늘어난 만큼 지상파에 지급하는 재전송료도 그대로 늘어난다. 여기에 단가까지 인상하면 재전송료 규모는 더 커진다.
학계는 가입자 확대에 따라 지상파에 지불하는 총액은 증가하더라도 단가를 인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당국 나서야
지상파는 보편적 서비스인 만큼 재전송을 사업자 간 협상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전송 범위, 대가산정방식 등을 정부가 나서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 등을 담은 지상파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했으나 이해관계 충돌로 결국 실패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재전송료 산정위원회(가칭)를 만들어서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재전송 대가 정당성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주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건호·전지연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