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거래처를 가로채고 이면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2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SKC가 “이면계약은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5부는 조모씨가 “이면계약 위반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SKC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최근 “조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면계약서가 SKC 측 의사에 반하거나 의사와 상관없이 체결된 것으로 볼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다.
조씨는 지난 1999년부터 SKC에서 의료기기용 특수필름인 감열지를 공급받아 국내외에 판매를 시작했으며, 2001년 영국 화학업체 ICI와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듬해 ICI가 주문량을 6배 가까이 늘리자 SKC는 ICI와 직거래를 시작했다.
조씨가 반발하자 SKC는 2년 동안 직거래 판매 대금의 1.7%를 수수료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영국 이외의 지역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주겠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SKC는 이면계약을 지키지 않았고, 조씨가 계약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SKC는 이면계약을 맺은 바 없으며, 계약 내용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심에서 이미 이면계약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고, 2심은 조씨의 주장에 대해 가능성만으로 3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액 중 2억원만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SKC는 2001년 1월부터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을 통해 ICI에 감열지를 판매하고 있었으며, 9월 SK글로벌로부터 권유를 받아 조씨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듬해 9월 조씨의 영업능력에 문제가 있어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고 ICI와 직접 거래해왔다는 주장이다.
SKC 관계자는 “조씨와 이면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었으며, 당시 거래를 인정해 매출액의 1.7%를 수수료로 지급하기로 계약한 것”이라며 “부당하게 거래를 탈취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