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46일만에 정부조직 개편안에 합의를 도출했다. 양당은 IPTV와 케이블TV방송(SO), 위성TV 등 뉴미디어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 이관하는데 뜻을 모았다. 파행을 거듭해오던 국정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올라 빠른 의사 결정으로 정책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각종 쟁점이 된 주파수 정책 일원화와 개인정보보호 업무의 미래부 이관이 좌절되면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주파수 정책 이원화가 향후 주파수 자원의 효율적 운용에서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래부 vs 방통위, 업무는?
이날 양당이 합의한 최종안은 이달 초 잠정 합의안의 골격을 유지했다. 여야는 SO를 비롯 위성TV 등 뉴미디어 관련 사항을 미래부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나머지는 잠정합의안대로 합의했다.
이와 동시에 미래부 장관이 SO, 위성TV 등 뉴미디어 관련사업 등을 허가·재허가하는 경우와 관련 법령의 제·개정시 방통위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방통위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허가·재허가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그동안 방송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야당에 명분을 주는 안전장치를 만든 셈이다.
주파수 정책은 전파·주파수 관리 사항을 미래부로 이관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론 미래부(통신용)와 방통위(방송용)으로 이원화했다. 또 신규 주파수는 물론이고 회수 주파수 분배와 재배치 관련 심의를 맡을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파수심의위원회(가칭)` 설치키로 했다.
개인정보 보호윤리 관련 기능은 방통위에, 비보도 등 방송의 공공·공정·공익성과 관련 없는 PP 관련 사항은 미래부로 구분했다.
여야는 또 방송통신발전기금의 관리 및 편성권을 미래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이 공동으로 관장하되, 6월 임시국회에서 소관사항을 분리하도록 했다.
◇“미래부, 유명무실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박근혜 정부의 상징 부처인 미래부가 우여곡절 끝에 출범하지만 당초의 구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출범하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여야가 정치적 거래에 매몰돼 미래부 출범 취지와 방향성을 무시하고, 타결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송통신 산업의 핵심인 주파수 정책이 이원화되면서 미래부와 방통위가 대립하며 난맥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여야 합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도 못 미쳤다. 박 대통령은 지난 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창조경제를 위해 미래부가 주파수 정책과 SO,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담당해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가 사실상 `반쪽자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미디어 정책을 미래부로 통합했지만 방통위 동의를 전제로 함으로써 미래부의 위상 축소는 물론이고 미래부와 방통위간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주파수 정책은 이원화에서 국무총리실까지 포함해 삼원화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학계 전문가는 “여야 합의는 이달 초 잠정 합의안과 마찬가지로, 미래부를 반쪽자리로 만들었다”며 “미래부가 출범하더라도 창조경제를 실현한다고 보장할 수 없게 됐다”며 우려감를 표시했다.
[표] 방송통신위원회 존치 및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