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지불결제 사업의 핵심인 월렛(전자지갑) 시장에 뱅커(은행원)들이 손잡고 배수진을 쳤다.
이통사와 카드사연합, 스마트폰 제조사, 유통사까지 뛰어든 모바일지불결제 시장에 고객 계좌를 움켜진 은행이 새롭게 진출함에 따라 대격전을 예고했다.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은행 파워는 막강하다. 돈이 오가는 CD·ATM기만 7만여대를 보유하고 있고, 고객의 결제 계좌를 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카드사가 가질 수 없는 무소불휘의 히든카드를 쥐고 있는 셈이다.
국내 모바일결제 시장은 KT모카 등 이동통신사와 카드사 연합, 삼성이 주도하는 `삼성 월렛`, 은행권 공동의 모바일 월렛 3자간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그동안 이통사와 카드사는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우물 안 개구리`식의 주도권 다툼만 벌여왔다. 그러는 사이 구글, 애플, 비자, 마스터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모바일결제 시장 석권을 위해 합종연횡을 시작했고, 독자 플랫폼을 표준화하는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은행이 모바일결제 시장에 하나의 연맹체를 구축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보수적이고, 내수 경쟁에 길들여진 은행이 서로의 ATM기를 열고, 결제 고객을 공유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막강한 경쟁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른 진영의 월렛 서비스와 견줘도 은행공동 전자지갑 `뱅크월렛`은 철저히 고객 중심의 편의성과 은행 장점을 녹여낸 킬러서비스 운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국 7만여 CD·ATM기 입출금 서비스를 스마트폰 하나로 이용할 수 있게 협업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은행간 최초 동맹인 셈이다.
뱅크머니라는 선불카드를 통해 비밀번호 하나만으로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고, 은행 창구 방문 없이 즉시 발급 체계를 갖춘 것도 파격적이다. 은행이 스스로 은행창구를 폐쇄한 셈이다.
은행 연합은 이용고객과 가맹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고객에게는 30%의 소득공제 혜택과 무방문 즉시 발급, 7만여 ATM 이용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가맹점에는 대폭 낮은 결제 수수료, 거래대금 익일 입금 등 다른 월렛 진영이 생각하지 못한 공격용 카드를 마련했다. 은행 고유의 권한을 모바일에 철저히 녹여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언젠가 지갑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스마트폰과 금융의 융합이 가장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이 월렛진영에 뛰어든 것도 바로 이 같은 전망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 사업의 주도권 싸움은 이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영토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표]-뱅크월렛 핵심 경쟁력
자료:각 은행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