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커버스토리]금융권 장차법 대응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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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유예기간 종료 시점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장차법은 2008년 처음 시행됐지만 금융기관 등은 올해 4월 11일까지 적용을 유예 받았다.

[CIO BIZ+/커버스토리]금융권 장차법 대응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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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내달까지 장차법 대응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우리은행 본점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접근성을 배려한 전면접근 ATM(LG CNS 제공)이 설치돼 있다.

장차법은 신체적·기술적 제한 없이 접근성이 보장되는 웹사이트 제공을 명시했다. 음성안내와 점자인식 소프트웨어(SW) 등이 필요하다. 은행은 일찍부터 장차법 대비 웹 접근성 개선을 추진해왔다. 보험사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하지만 비용 등 여러 이슈로 증권사 장차법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웹 접근성 개선하려 WA 인증 획득 늘어

웹사이트 접근성 개선은 IT 영역일 뿐이다. 장차법의 범위는 광범위하다. 고용부터 참정권, 재화와 용역의 차별 금지까지 아울러 그 대상 영역이 포괄적이다. 교육·시설물·교통·정보통신·의사소통·사법·행정 등에서 장애인 차별을 금지한다.

금융 분야는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차별 금지를 명시했다. 특히 IT 영역에서 `정보통신 의사소통에 있어서 차별을 금지하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규정했다. 누구든지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보장되는 웹사이트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산하 웹접근성연구소는 2010년 말 웹 접근성 표준인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0`을 공지했다. 개정된 웹 접근성 표준은 원칙과 지침, 검사항목 세 단계로 구성됐다. 웹 접근성 개선 네 가지 원칙과 22개 검사항목을 준수하도록 했다.

웹 접근성 표준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웹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 방법을 기술했다. 네 가지 원칙은 인식의 용이성, 운용의 용이성, 이해의 용이성, 견고성이다.

웹 접근성 지침 22개 검사항목은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키보드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장애인이 편리하게 웹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예시와 함께 기술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이 22개 항목을 모두 만족시키는 기업에 웹접근성 품질 인증(WA 인증마크)을 부여한다.

농협, 신한은행, 수협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이 이 인증을 획득했다. 제2 금융권에서는 신한생명, 삼성화재, 한화손보, LIS손보 등이 획득했고 증권사는 아직 없다. 이 인증을 받는다고 해서 장차법 요건을 모두 만족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웹 접근성에서만큼은 표준을 지키고 있다는 기준이 된다.

◇은행 이어 보험사 동참, 증권사는 아직

은행권에서 가장 활발하게 장차법 대응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가 실시한 웹 접근성 평가에서 9개 은행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민은행은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청각·색각 장애인 대비도 마친 상태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면접근 금융자동화기기(ATM) 1000대도 도입한다. 기존 도입 제품까지 포함해 1200여 점포에 한 대 이상 설치한다. 적어도 IT 관점에서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게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농협 역시 내달 모든 준비를 마무리한다. 인터넷뱅킹 확대 개발 때 장차법 대응 내용도 담았다. 지난해 10월 웹 접근성 품질 인증도 획득했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편의를 높인 ATM을 지점당 한 대 이상씩 도입한다. 5000대에 이르는 규모다.

하나은행 역시 웹 접근성 개선을 마쳤고 ATM 600여대를 도입 중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4월까지 문제없이 장차법 대응을 마무리지을 수 있다고 전했다.

보험권에서는 신한생명, KDB생명, 삼성화재, LIG손해보험이 장차법 대응 프로젝트를 끝마쳤다. 한화생명과 현대해상, 메리츠화재가 곧 프로젝트를 완료하며 흥국생명, 동양생명, 푸르덴셜생명, AIA생명, 한화손해보험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차법 대비 별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보다는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과 병행하는 사례가 많다. 주로 중소 보험사가 이런 경향을 보인다.

증권 업계에서는 한화증권, 대우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하지만 타 금융권과 비교해 증권업계 장차법 대비는 느리기만 하다. 증권사 대부분이 다른 회사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은 다른 금융권과 달리 고객 접점 채널이 다양하다.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포함하는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뱅킹, 클라이언트-서버 기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까지 접근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만 수혜자는 아니다

증권사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장차법 미준수로 장애인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 시정조치를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지불해야 한다. 장애인 입장에서 차별 행위에 악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증권사 대부분이 관망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증권사 CIO는 “장차법이 말하는 금융상품은 알겠는데 금융서비스는 도대체 무엇을 지칭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증시도 좋지 않은데 수억원씩 들여 시스템을 개선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초당 변하는 증권 시세를 음성으로 안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증권사 CIO의 하소연이다. 장애인 대응 시스템이 필요한 고객은 전체 고객 중 극히 일부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때문에 시스템을 수정하느니 차라리 해당 장애인을 위한 ARS와 콜센터 서비스를 강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석하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애매모호한 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령 영업점에 비치된 홍보 팸플릿을 금융서비스로 분류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모든 홍보물에 점자를 적용해야 하는지 등 이슈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증권업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장차법 시행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 장차법 대응 시스템 구축 전문업체 대표는 “장차법은 장애인을 위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웹 접근성 개선과 표준화로 기업 IT 환경을 진보시킨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웹이 표준화돼 있으면 어떤 장비에서도 회사 웹페이지 접근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모바일 환경에서 고객 서비스가 강화된다. 즉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주고 회사 이미지를 좋게 만든다는 점에서 장차법 대응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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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정보화진흥원 웹접근성연구소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