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디지털 의료기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GE·지멘스·필립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죠. 우리나라 IT 분야, 디지털이나 소프트웨어(SW) 인프라가 수준급이다 보니 디지털 의료기기 기술 개발도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최근 5년 사이에 글로벌 대기업과 견줄 수 있는 국산 의료기기 시대가 열린 것이죠.”
디지털 엑스레이 전문기업 제노레이는 의료기기 국산화 첨병이다. 우리나라 병원이 대부분 수입 의료기기에 의존했을 2001년 당시 설립한 제노레이보다 업력이 많은 회사도 있지만 디지털 엑스레이 시장에서는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터키 정부 입찰에서 제노레이 엑스레이 검사장비 시-암(C-Arm) 150대를 수주하기로 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인재 제노레이 연구소장(이사)은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해서 터키 정부가 원하는 적정 수준의 성능과 사양,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입증 받았다”며 “수주를 발판 삼아 유럽·미국 등 시장 확보에도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노레이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이뤄졌다.
제노레이 경쟁력은 종합적인 솔루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 실시간 이미지, 3차원 영상 재구성 기술 등 SW에서 하드웨어(HW) 장비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제노레이는 7년 전부터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에 관한 핵심 기술을 자체 역량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 이 연구소장은 “개발부터 제품화, 판매까지 내부적으로 해결한다”며 “시-암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 처리 기술, 컴퓨터 단층촬영(CT) 3차원 영상 재구성, 가시화 기술, 광원 등 안정적인 솔루션이 제노레이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제노레이의 올해 슬로건이 `For Human: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다. 슬로건은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문구가 아니다. 이 연구소장은 “방사선 피폭량을 최소화 하는 단계에서 피폭량을 관리하는 수준에 이르는 기술로 차별화 시킬 것”이라며 “환자뿐 아니라 의사의 건강을 생각하는 엑스레이 장비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엑스레이에서는 방사선이 나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연간 엑스레이 촬영횟수 등을 제한하는 이유다. 환자의 경우 진단과 치료를 위해 몇 차례 촬영을 감안해야 하지만 의사는 평생 엑스레이와 살아야 한다. 이 연구소장은 “의사는 반복되는 촬영으로 방사선 피폭량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방사선 피폭저감 기술 뿐 아니라, 방사선량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의사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제노레이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지식경제부) `핵심 의료기기 제품화 및 인증평가 기술개발 사업` 컨소시엄에 선정됐다. 3년 안에 GE, 지멘스, 필립스 수준의 명품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제노레이는 서울대 병원과 차세대 시-암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이 연구소장은 “차세대 시-암 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료진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국산 의료기기가 성능 면에서 좋지 않다는 선입관이 있었지만 공동 기술 개발로 선입관을 깰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이 연구소장 의견이다. 그는 “국내 대학 병원에 국산 의료 장비가 설치돼 세계적 제품으로 인정받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암(C-Arm)= 엑스레이 검사 장비 중 하나로 반달 모양의 장비 형태 때문에 `C`란 명칭을 붙였다. 의사와 환자가 치료 진행과 결과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른 장비보다 적은 엑스레이 투과로 입체적으로 뛰어난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다. 실시간 움직임이 확인돼 외과 수술을 동시에 할 수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