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디자인은 딱딱한 마음을 녹인다.
캠페인은 대상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목표다. 애초 캠페인은 광고와 유사한 점이 많다. 캠페인은 계몽의 성격이 있고, 시각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측면 보다 많은 대중을 위한 가치를 전달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예술나무 운동`을 시작하면서 처음 내게 제시된 것은 `예술(Art)`과 `나무(Tree)` 두 가지 단어였다. 예술나무 운동은 문화 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자 하는 범국민 문화예술 후원운동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딱딱한 톱다운(Top-down) 방식을 벗어나 좋은 생각을 널리 알리는데 필요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 브랜드가 필요하다며 나를 찾아왔다.
나는 좋은 가치를 담은 이름을 알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Art와 Tree라는 단어 사이에 `is`를 넣어 `Art is tree`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이는 예술이 함께 키워나가야 할 나무와 같다는 뜻이 되면서 붙여서 읽으면 `예술가 나무(Artist tree)`라는 의미가 된다.
캠페인은 제품처럼 형태나 패키지로 아이덴티티를 반영할 요소가 없는 무형의 가치다. 사회적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시각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 첫 인상부터 캠페인 가치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넓게 보여주기 위한 엠블럼을 고민했다. 머릿글자 `A`를 나무로도 보이면서 남녀노소가 함께 걸어가는 형상으로 만들었다. 그 BI를 배경으로 한 발족식에서 각계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문화예술의 가치와 나눔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낭독한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캠페인은 홍보대사나 포스터 등을 통해 말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캠페인을 서비스 디자인으로 해석하면 직접 사용을 해보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직접 경험해보면서 느낀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물 부족 대책이나 환경 보호를 위한 종이 절약, 석탄 연료를 사용하지 말자는 내용을 실천할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이 많이 나온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예술나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을 제시했다. 또 참가자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지를 가슴에 달아주었다. 예술나무는 향후 이노디자인의 엠블럼을 필두로 예술나무 클라우드 펀딩, 예술인 재능나눔 활성화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디자인이 사람들의 행동을 개선시키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줄인 유명한 예가 있다. 바로 독일의 신호등을 밝히는 `암펠만`이다.
1950년대 당시 분단된 동독에서는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증했다. 전체 인구의 10%는 신호등 색깔을 구분하지 못해 교통사고로 이어졌고, 이는 시급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그때 새로운 신호등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람들은 호감을 주는 상징(심볼)에 더 빨리 반응한다. 친근한 캐릭터를 넣어 보행자 전용신호등을 만들자.”
그 결과 1961년 독일의 교통 심리학자 칼페글라우에 의해 신호등을 뜻하는 `암펠(Ampel)`과 사람을 뜻하는 독일어 `만(Mann)`이 합성어로 된 암펠만이 등장했다. `중절모를 쓴 사람` 암펠만은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은 차를 위한 신호등과 달라야한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알리며 동독의 교통안전 캠페인에 등장했다. 당시 암펠만으로 인해 교통사고율은 40%나 낮아졌다. 지금도 어린이와 노약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 친근한 `신호등맨`의 역할이 크다.
베를린에 가보면 큰 교차로를 사이에 두고 예전 동독 지역과 서독 지역의 신호등에 그려진 사람이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동독의 암펠만은 교통사고를 줄이는 캠페인 디자인에서 도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람의 심리를 연구했던 교통 심리학자는 보행자 신호등의 디자인에서 그 답을 찾았고, 이는 사회를 바꾸고 상징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자인을 활용하는 캠페인이 많아졌다. 이노가 디자인한 한식세계화 인증마크도 캠페인 엠블럼의 하나다. 하늘·땅·물·불을 상장하는 태극기의 건곤감리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자연의 요소와 같다. 건곤감리, 사괘의 모습에 한식을 만들 수 있는 농산물 재료에서 수 있는 네 가지 색을 추가했다. 그렇게 만든 한식세계화 인증로고와 `한국의 맛(The Taste of Korea)`이라는 슬로건은 정부로부터 의뢰받은 이노디자인의 국가브랜드 실천사례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심벌 마크도 내가 지난 5년간 국가 최고 `씽크탱크`의 위원으로 봉사하면서 남긴 또 하나의 작품이다. 한국 고유의 오휘(검정, 노랑, 파랑, 빨강, 흰색)에 조국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담았다.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지만 기업의 브랜드, 국가 브랜드는 연속성이 있다. 국가적으로 알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게 바로 브랜드이다. 우리 기업브랜드의 총화가 곧 국가브랜드이다. 기업인들은 이 사실을 염두하고 해외 사업을 할 때 국가브랜드에 끼칠 영향을 생각해야한다. 나 역시 지난해 12월 27일 오픈한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나들길(2013.01.21일자 전자신문 참조)의 다자인을 비롯해 국가브랜드 사업에 참여할 때마다 이 같은 생각을 되새긴다.
신문과 트위터를 통해 독자에게 지속적으로 묻고 싶은 화두가 있다. SNS는 인간이 개발한 그 어떤 도구보다도 생각을 전파하기에 유용하다. 일방적 전달에서 벗어나 듣는 이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한 캠페인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갈 것인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
※ 참고: 한식세계화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