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그로스 2.0 이젠 에너지 안보다]자원개발 인력양성<하>

우리나라의 에너지자원 해외 의존도는 97%에 달한다. 하지만 자원보호정책 강화로 자원확보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석유·가스·광물자원 확보가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모두가 입을 모으지만 해외자원개발 여건은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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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MPP 유연탄광.

대안은 자원개발 강국, 대기업의 손이 미치지 않은 틈새시장 공략이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알짜`라고 불리는 사업을 발굴해 재미를 본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원개발분야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술·인력 없이 에너지 강국 힘들다=최근 에너지분야를 관통하는 이슈는 셰일가스다. 셰일가스로 인해 미국은 2009년부터 러시아를 제치고 천연가스 생산 1위 국가로 등극했다. 2010년 북미 지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2000년에 비해 15.3배나 늘었다. 미국이 셰일가스로 인해 화석연료시장의 강자로 재부상한 것은 셰일가스 채취기술과 관련분야 전문인력 때문이다. 셰일가스는 천연가스보다 훨씬 깊은 곳에 매장되어 있고 암석의 미세한 틈새에 넓게 분포돼 기존 수직시추법으로는 채굴이 어렵다. 미국은 수평정시추기술과 수압파쇄기법을 개발했고 이 기술을 동시에 적용함으로써 셰일가스 생산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시추기술 개발로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단가를 2007년 1000㎥당 73달러에서 2010년 31달러로 크게 낮췄다. 이는 일반 천연가스의 개발단가인 46달러보다 15달러나 더 낮은 가격이다. 대량의 셰일가스 채굴로 100만Btu당 10달러가 넘던 가스 가격이 한 때 2달러 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은 셰일가스 관련 기술·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보다 셰일가스 보유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기술과 인력문제로 셰일가스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셰일가스 개발 기술 습득을 위해 북미 셰일가스 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미국기업이 핵심 기술·인력의 유출을 막고 있어 기술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원개발을 전쟁에, 인력·기술은 총알에 비유한다. 각국 자원개발 역량이 인력과 기술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셰일가스 뿐만 아니라 자원개발 전 영역에서 인력·기술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자원개발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탐사분야부터 개발, 생산분야에는 모두 해당 전문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매장량평가, 법률자문 등 자원개발 관련 파생사업도 규모가 커지고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력·기술 걸음마 단계=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은 자원개발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력과 기술을 꼽는다.

공봉성 한국광물공사 자원개발본부장은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대다수가 자원개발 현장에 즉시 투입할 인력을 찾는데 애를 먹는다는 고충을 토로한다”며 “국내 자원개발 현장이 없고 대학교육이 시작된 역사가 짧아 전문인력 층이 두텁지 못하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국내 석유개발 분야 전문인력은 2000년 250명에 불과했다. 중국 국영석유회사나 국제 메이저급 석유회사의 전문인력 규모에 못 미쳤고 자원보유상황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3500명과도 직접 비교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자원개발 인력양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대학교육은 1990년대 말 대학의 학부제 실시로 취업률이 낮은 자원개발 관련학과들은 입학률이 저조해 우수학생의 확보가 어려웠다. 자원개발 관련학과가 다른 분야의 학과로 전환돼 학부제 실시 이전 전국에 12개 대학의 자원공학과가 5개까지 줄기도 했다. 교과목도 자원개발 분야가 아닌 환경·토목이 주를 이뤘다.

반면 자원개발사업과 관련해 인력·기술이 필요한 전문분야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유전개발 관련 탐사자료처리, 분석, 법률자문, 해외자원개발펀드 기술자문,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시추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관련 분야 전문인력이 없는 우리나라는 자원개발 관련 모든 기술서비스가 외국 기업에서 아웃소싱하고 있어 투자비용의 상당부분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자원개발 관련 투자가 다시 국내 자원개발업계의 경험과 역량으로 축적되는 효과가 미흡한 상황이다.

자원개발분야 기술·인력의 높은 해외의존도는 자원개발 저변확대, 역량확충 및 기술력 향상을 방해하고 있고 관련 분야 인력 양성에도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자원개발 관련 기술·인력을 제공하는 기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전문인력·자본력 부족, 수주 사업 한계성으로 인해 아직까지 영세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상아탑에서 현장으로=정부는 수년 전부터 관련 분야 인력양성, 기술확보를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자원개발특성화대학사업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다. 해외자원개발 활성화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2009년부터 올해까지 10개 대학에 총 150억원을 지원한다.

2008년 11월 정부, 자원개발 공기업,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 11명으로 구성된 `자원개발특성화대학 운영위원회`가 서류평가와 현장실사를 거쳐 서울대·한양대를 우수대학으로, 강원대·동아대·부경대·전남대·조선대·해양대를 집중육성대학으로, 세종대와 인하대를 신설대학으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자원개발특성화대학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필요한 기초기술 인력양성 인프라를 확대하고 자원개발 관련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이 사업으로 현장요원, 연구요원, 교수 등 전문 인력을 매년 최대 500명 이상 배출해 해외자원개발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장실습 학점제 도입 및 인턴십 강화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현장중심의 실무형 인력 양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과 커리큘럼은 응용지질, 지구과학, 지원지질학, 물리탐사, 자원개발공학, 석유공학, 시추공학, 자원경제학 등 자원개발사업에 특화된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2009년 5명에 불과하던 박사급인력은 2010년 9명, 2011년 16명, 2012년 20명으로 증가했다.

1기에 해당하는 2009~2013년 특성화대학 과정이 완료되면 2014년부터는 우수한 자원분야 전문인력이 업계로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우 동아대학교 교수(자원개발특성화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는 “특성화대학사업은 자원개발 기업이 원하는 실무형 인력을 제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자원개발기업의 현장 교육기회 제공이 어렵고 자원개발분야 유명 해외대학교와 인프라를 공유하는 방안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이 보완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 소박스/해외대학의 자원개발특성화 사업은

광물산업 강국인 호주는 관련분야 인력 양성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호주광산교육(MEA)은 대표적인 인력양성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호주의 최고 광산학과를 가진 커튼공과대학, 머독대학교, 퀸즐랜드 대학교가 연합해 광산공학에 대한 세계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 3·4학년 과정에 한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광산학과 또는 자원개발 관련 학과 학생으로 1·2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다. 기업이 원하는 교육을 받고 기술을 가진 광산 기술자의 양성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광산의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대학으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생은 세 학교 모두에서 강의를 조합해 수강할 수 있다. 600여개가 넘는 인턴십 장소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실무교육을 중시한다. 3개 대학에서 시작한 교육은 현재 8개 대학으로 확산됐다.

미국의 콜로라도 광산대학(CSM) 또한 자원개발에 특화된 전문 교육기관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CSM은 자원의 탐사, 개발, 생산, 이용에 관련된 교과목과 연구 프로그램으로 타 대학 과 구별된다. 현재는 자원 위기와 환경보호 사이의 조화에 중점을 둔 교육을 하고 있다. 지구물리학, 화학공학 및 석유정제, 화학 및 지구화학, 경제 및 경영학, 환경학 및 환경공학, 지질학 및 지질공학, 수리학자원개발 인력양성을 위한 시스템 개발 및 수리공학, 수학 및 컴퓨터과학, 야금학 및 재료공학, 채광학, 석유공학, 물리학 등의 과목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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