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에서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5일에도 타협점을 찾기 위해 얼굴을 마주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 가닥 기대를 모았던 2월 임시국회도 결국 소득 없이 폐회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전격 사퇴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카드로 강하게 압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새 정부 출범에 최대한 협력하겠다”던 민주당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접한 후 “입법부를 시녀화하려 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도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박 대통령의 강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협상 당사자인 당과 협의가 부족했다는 게 이유다. 어찌됐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2주가 다 되지만 해결 실마리는커녕 분위기만 더 험악해졌다.
청와대는 국정 공백 상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국정운영체제에 돌입했다. 당분간 모든 국정 현안과 정책 결정은 수석비서관회의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새누리당도 단독으로 3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8일부터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하지만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때문에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6일에는 여야가 정부조직개편 협상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핵심인 주파수 정책 관할을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원화하는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주파수를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나누고 신규 주파수와 회수 주파수 분배·재배치 관련 심의를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주파수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요즘 인위적으로 분리하겠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산업은 뒷전이고 정치 논리만 있는 셈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파행으로 치닫자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사상초유의 일이 생겼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내정자가 7일 기존 직제인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자격으로 청문회에 나선다. 새 직제가 꾸려지지 못했으니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청문회를 진행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 청문회 질의 범위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통상교섭 업무를 질의 범위에 포함하느냐는 문제다. 어쩌면 윤 내정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하면 청문회 자리에 한 번 더 서야 할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업무가 바뀌는 부처 소속 공무원은 두 달 째 업무다운 업무를 하지 못했다. 정부조직개편이 표류하면서 국정 공백 우려는 현실화했다. 국가적 낭비다. 여야가 한 치 양보 없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급기야 정부조직개편과 상관없는 이슈와 감정싸움을 벌이는 것에 한 숨만 절로 난다. 정치권이 진정 국민을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한 발씩 물러나 정부조직개편 논의에만 집중, 파행 정국을 수습해야 할 것이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