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마련한 지역산업진흥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을 둘러싸고 테크노파크(이하 TP)가 초비상이다.
지식경제부는 올해부터 지역 내 산업 육성계획을 총괄하는 지역산업진흥계획 대상과 범위를 기존 3단계(광역선도산업·지역전략산업·지역특화산업)에서 2단계(광역선도산업·지역특화산업) 육성사업으로 개편했다.
지경부는 이 과정에서 신지역특화산업(이하 신특화산업)으로 불리는 지역특화산업 육성사업(이하 특화산업) 수립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대폭 수정했다.
신특화산업 육성과제 공모를 공개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TP 내 기업지원단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 주 골자다.
TP는 가뜩이나 사업예산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준데다 그간 고정으로 받았던 사업비마저 경쟁해서 따와야 해 기관 운영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과제 `경쟁체제` 전환=정부의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사업 추진 주체의 전문성 강화다. 기존 TP, 특화센터 등 한정된 사업 공급기관에서 탈피해 관련 분야 전문성이 우수한 기관을 선정해 지역산업 육성 성과를 제고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TP에 고정적으로 배분했던 사업예산을 앞으로는 대학, 연구소, 협회, 영리법인 등으로 확대해 공개 경쟁하도록 사업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지경부는 그동안 연구개발(R&D), 비R&D 과제 일부분을 경쟁 방식으로 공모하기는 했으나, 사업 전체로 확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TP 기업지원단 기능은 지역산업 관련 기술경영 지원을 위한 통합 플랫폼 기능 중심으로 특화한다. 사실상 기능 축소다. 지경부는 그동안 기업지원단이 사업 플레이어 역할에 집중해왔다고 판단해 앞으로 △비즈니스 중개 기능 △비연구개발(R&D) 수행관리 기능 △지역거점 기능 지원 △계속과제(RIS·RIC·RRI) 지원의 4개 기능으로 한정했다.
◇TP, 기관 고정예산 90% 축소로 `울상`=정부의 올해 신특화산업 예산은 총 2300억원 규모다. 이는 지역전략산업과 특화산업이 분리되기 이전인 지난해 지역산업 예산 규모(3812억원)보다 절반이 준 규모다. 그간 사업을 수행해 온 TP는 예산 축소에 따른 체감온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업 수행인력과 조직규모는 그대로인데 사업예산은 절반으로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특화산업 예산 2300억원 중 계속과제(RIS·RIC·RRI) 739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예산 1561억원을 전국 13개 TP가 동일하게 나눠 가져도 기관당 돌아가는 예산은 100억원이 조금 넘는다.
더 큰 고민은 TP별로 확보한 고정예산이 현재로서는 전략기획단과 기업지원단이 시행 중인 지역혁신거점육성사업비 9억여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TP 한해 예산의 10% 수준밖에 안 된다. 그나마 나머지 90%는 모두 경쟁을 거쳐 따와야 한다. 결과적으로 경쟁에서 모두 승자가 돼 사업을 확보해야만 100억원이 조금 넘는 사업비를 손에 쥘 수 있다.
TP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연간 운영할 수 있는 사업비 확보가 불투명하다”며 “이제부터는 지경부에 의존하지 않고 일 있으면 언제든 뛰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TP 관계자도 “당초 신지역특화산업 추진 주체가 지역 TP인데 세부 과제를 다른 기관과 경쟁해서 확보하라는 것은 TP를 옥죄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며 “당연히 확보할 것으로 생각한 몇몇 과제라도 경쟁 과정에서 놓치게 되면 운영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TP들은 지역별 신특화산업 경쟁력이 결국 기획력에 달렸다고 보고 지자체와 별도 조직을 구성해 지역 특성화 및 사업 수주력 강화 방안을 자체 모색하고 있다.
◇TP 기업지원단 해체 수순 밟나=정부의 기업지원단 기능 축소는 TP에 큰 충격이다. 기업지원단은 그간 플랫폼 기능 외에 교과부나 고용노동부로부터 사업을 수주해 마케팅, 인력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시행해왔다. 한 해 사업예산만도 30억~4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대로라면 앞으로 이런 사업은 기업지원단에서 하지 못하게 된다. 정부가 주겠다고 한 예산도 5억원에 불과하다. 말이 플랫폼 기능 강화지 실질적으로 기업지원단 역할과 기능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갑작스러운 기능 조정에 TP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직 규모는 그대로인데 사업비는 대폭 줄었으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자 TP는 지경부에 기업지원단을 플랫폼 구축 및 비즈니스 중개 전담팀 중심으로 재편하되 나머지 기존 업무는 별도로 분리해 부서를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장이다.
TP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지경부가 과거 전략산업기획단을 해체해 정책기획단으로 만든 것처럼 장기적으로 기업지원단을 해체하거나 비슷한 방식으로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TP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지원단 기능을 축소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그간 수행해온 다른 사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이나 조직을 축소할 수 있도록 연착륙 기간도 주지 않고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지역산업진흥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지원단 본연 기능 강화가 목표=TP의 이 같은 반응에지경부 역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지경부는 이번 지역산업진흥계획 가이드라인의 중점을 일자리 창출 제고, 자율 기획에 뒀다고 설명했다. 기업지원단의 비R&D 사업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프레임을 정교하게 만들어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선수를 뽑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지원단을 플랫폼 기능으로 특화한 데는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모 지경부 지역산업과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위해 그간 귀를 열고 TP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며 “올해 사업은 일자리 창출 확대와 사업 추진주체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역특화산업 육성정책 개편 방향(안)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