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물, 디지털로 되살아난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국가기록원. 1만8000평 규모의 이 곳에는 우리나라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조선왕조실록 원본에서부터 1977년 고 박정희 대통령이 마련했던 행정수도 이전계획안도 보관돼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흔적과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근·현대사의 땀과 눈물, 환희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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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2번째로 큰 국가기록원은 요즘 디지털 작업이 한창이다. 대한뉴스·국방뉴스 등 필름 형태로 기록돼 있는 영상자료들은 온라인 공개 서비스를 위해 디지털 파일로 전환 중이다. 곰팡이가 핀 테이프는 3M사의 세척액을 통해 말끔한 모습으로 변신하다. 시청각 기록물은 지금까지 전체 소장량 242만점 중 30%인 72만점에 대한 디지털 작업이 완료됐다. 카세트테이프·릴테이프에 보관된 음성 기록은 MP3파일로 변환된다.

김재순 국가기록원 복원연구과장은 “예전에는 곰팡이 제거를 수작업으로 했지만, 이제는 디지털 복원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간 500매 가량의 필름이 새로 태어난다.

아날로그 형태의 음성 영상 기록물을 복원 및 보관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매년 1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영상이 끊기거나 얼룩이 진 기록물의 영상을 자동으로 복원시켜 주는 시스템은 R&D의 대표적 성과다. 70년대 이전 촬영돼 긁히거나 이물질로 훼손된 영상필름은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신호처리 기술을 이용해 자동 복원된다. 처리 속도도 빨라져 10분짜리 영화는 ?힘과 얼룩 훼손을 복원하는 데 약 45분이 소요된다. 국가기록원이 엘앤와이비젼에 의뢰해 지난 2년 간 개발한 이 시스템은 상반기 테스트를 거쳐 하반기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디지털 작업을 거친 기록물은 섭씨 2도의 차가운 서고에 보관된다. 엄청난 분량의 기록물이 관리되고 있으나, 전자태그(RFID) 시스템이 도입돼 기록물 관리 및 검색은 자동화에 가깝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전자기록 관리 시스템과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기록문화의 국가 브랜드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며 “기록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이 돼 기록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떤 학자들은 이곳을 가르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역사를 보면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기록원 직원들은 오늘도 `기록이 없으면 역사가 없고, 역사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라는 사명감으로 성남으로 향한다.

(성남)=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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