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도 견디는 스마트폰 액정필름?

스마트폰을 처음 구입한 후 가장 많이 구입을 고려하는 액세서리는 무엇일까.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사람이 화면보호필름을 꼽았다. 요즘 스마트폰에 쓰이는 강화유리는 대부분 지문이나 기름기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스마트폰 두께가 얇아지면서 떨어뜨리거나 충격을 가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충격 방지를 위해 보호필름을 붙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 “망치로 때려도 안 망가진다더니…” = 김무준씨는 지난 2012년 12월 중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를 구입한 이후 1주일 만에 SR커머스가 제조하고 앱토커머스가 판매하는 ‘픽스해머필름’을 붙였다(c.appstory.co.kr?bid=110).

하지만 한 달도 안 되어 통화 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는데 화면이 깨지고 말았다. 제조업체에 전화하니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깨진 제품 사진을 주면 판독 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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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스해머필름’ 부착 후 떨어뜨려 깨진 스마트폰

하지만 김 씨는 사진을 보낸 뒤에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혹시 제품을 옆으로 떨어뜨리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정면으로 떨어뜨렸다고 대답하니 “파손 안 된다고 한 적은 없다. 수리비 보상은 해줄 수 없고 화면보호필름을 새로 하나 보내줄 수 있다”고만 했다.

김 씨는 “망치로 때려고 화면이 파손되지 않는다고 광고를 해서 믿고 샀는데 화면이 깨졌으니 누가 그 필름 믿고 다시 붙일 수 있겠냐”고 말했다. “광고에서 보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라고 하던데 이건 소도 못 지키고 외양간도 박살난 꼴이에요.”


◇ 화면 박살나도 ‘보상은 제로?’= 픽스해머필름 광고 내용을 확인해봤다. 제품을 가위나 망치로 내려찍는 동영상은 물론 날카로운 연필로 긁어도 멀쩡한 모습이 보인다. 상세 페이지 설명에도 ‘망치도 견디는 고강도 충격흡수 필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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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스해머필름’ 상세페이지. ‘망치도 견디는 고강도 충격흡수 필름’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앱토커머스 측에 제품이 견딜 수 있는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물으니 “망치로 탁탁 치는 만큼은 흡수된다. 일상 생활에서 가해지는 충격은 막을 수 있다. 일부러 깨지 않는 한 막아낸다”고 밝혔다. 다시 필름을 붙인 뒤 화면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받을 수 있냐고 묻자 “어느 정도까지 충격을 받아도 괜찮다고 규정된 게 없으니 (제품 파손에 대해) 따로 보상은 해주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품을 제조한 SR커머스에도 문의해봤다. 해당 담당자는 “경도는 6H 연필로 긁어도 보장된다. 하지만 제품에 가해지는 충격은 수치화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최소한 정면에 가해지는 충격은 보장되지만 측면에 가해지는 충격은 보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제품이 깨진다고 해도 보상은 어렵고 그냥 필름을 하나 더 주는 정도”라는 대답이다.

◇ “충격 받으면 안 깨질 수가 없죠” = 익명을 요구한 보호필름 업체 관계자는 “필름 두 장을 가지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안 깨질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유는 뭘까.

그는 “스마트 기기가 충격을 받을 때 깨지느냐 안 깨지느냐는 화면 면적에 따라 달라진다. 화면 면적이 넓지 않다면 화면에 가해지는 힘이 그만큼 테두리로 분산되며 굳이 필름을 붙이지 않아도 안 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9.7인치)처럼 화면이 큰 기기라면 정중앙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대부분 깨지기 마련이다. 힘이 분산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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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은 화면 보호필름 한 장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어 “스마트폰에 쓰이는 필름 두께는 대부분 0.3~0.4mm인데 이런 얇은 두께로 만들어진 필름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장담할 수 없다. 만약 0.1mm짜리 화면보호필름을 4장 겹쳐 붙이면 0.4mm인데 화면에 달라붙는 부분이 실리콘 계열이라서 충격을 흡수해 주는 효과는 (모든 보호필름에)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름 한 장으로 충격 흡수가 완전히 가능한지는 장담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 화면보호필름 쓰는 이유는 ‘비산방지’= 결국 화면보호필름이 조금이나마 충격 흡수를 한다고 해도 주 역할은 아니라는 얘기다. 화면보호필름의 역할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화면 흠집이나 긁힘을 막는 것이다. 둘째는 화면이 깨질 경우 유리가루 등이 튀지 않게 붙잡아주는 비산방지다. 업계 관계자 역시 “화면보호필름은 애당초 외부 충격을 견뎌낼 만한 구조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광고를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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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IT기기 커뮤니티의 픽스해머필름 광고. 클릭하면 앱토커머스 사이트로 연결된다.

픽스해머필름은 광고에 ‘깨지지 않는 놀라움! 망치도 견디는 고강도·고선명 FIX 충격흡수필름’이라는 문구를 넣은 상태다. 하지만 앞서 판매사 쪽 설명처럼 “어느 정도까지 충격을 받아도 괜찮다고 규정된 게 없는” 만큼 충격 방지를 강조해 판매하는 건 과장광고 소지가 높은 셈이다. 명확한 (충격 정도에 대한 표준 등) 기준이 없더라도 충격 방지로 판매를 한다면 적어도 해당 제품이 보장하는 명확한 충격 방지 요건은 사전에 소비자에게 인지를 시켜줘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팀 관계자는 “과장광고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센터를 통해 관련 자료를 첨부해 신고하면 된다. 과장광고로 판단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광고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나 명령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소비자가 이런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화면 파손 등 소비자가 입은 피해는 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요청을 하면 당사자간 중재·조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중재나 조정이 실패할 경우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민사소송을 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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