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사람입니다. 연구자들에게 돈을 많이 준다고 연구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과학기술계 인력교육 관련 기관장을 3년째 맡고 있는 김상선 연구개발인력교육원(KIRD) 원장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체득하고 낸 결론이다. 자율적인 책임연구와 책임경영, 창의력 없이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지론이 깔려 있다.
“20여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미래창조과학부 한곳으로 모아 놓으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봅니다. 당장 KIRD처럼 인력을 교육하는 곳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김 원장은 과학기술부 시절 공보관과 과학기술협력국장을 지낸 과학통이다. 4년간 주미대사관 과학참사관으로 일한 경력도 있어 외국의 과학기술체계에 식견이 풍부하다.
“엄정하게 평가해 결과가 좋으면 기관장이 연임하는 것이고, 평가 결과가 나쁘면 물러나야죠. 그런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과학기술계 인력체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원장은 “이젠 정부가 무엇을 해줄 것인지 바라보고 있지 말고, 출연연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 찾아야 할 때”라며 “정부도 출연연을 간섭하기보다는 자율적인 경영이 되도록 뒷받침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율경영이야말로 창의력을 한껏 발휘할 모티브이자, 창조경제의 시작점이라는 시각도 드러냈다.
“신명나는 연구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다들 알아서 할 것입니다. 과거처럼 `월화수목금금금` 식으로 일하거나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가 나와야 자원 없는 나라에서 세계시장의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출연연 규모에 대해서도 거들었다. 굳이 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출연연도 본진만 있으면 나머지는 연구개발서비스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는 진정한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원장은 16조9000억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비 배분도 전문가 집단이 맡아야 적재적소에 나누기 쉽다는 얘기도 꺼내놨다. 출연연이 싱크탱크 역할도 겸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나아가 출연연의 미션을 재정리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창조경제와 `퍼스트 무버` 전략이 성공하려면 각 부처, 각 부문 기저에 과학기술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 밑에 실무진이 포진한 창조경제전략회의와 현인들이 포진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같은 조직이 양대 축으로 만들어져 보좌기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김 원장은 “정부가 대기업에 R&D 예산을 왜 주는지, 중복은 없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국가가 과학기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