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를 이야기하는데 빼 놓을 수 없는 핵심 키워드가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로 그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만 달러로 가는 열쇠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는 말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행복한 과학`코너에서는 과학기술계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강국, 기술대국`을 위한 제언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 다양한 목소리를 전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이 결정됐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인사였다. 벨연구소 출신의 한인 1.5세대 김종훈 사장이 주인공이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김 사장은 벤처·IT업계에서는 이미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성공한 벤처인으로 국내에도 심심찮게 소개됐다. 김 사장은 장관 인선 소감과 관련해 “열심히, 도전적으로 일하겠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중 국적과 관련해 논란이 있지만 큰 문제없어 보인다. 좋은 인재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등용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직된 관료 사회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엘리트 코스를 밟은 기존 관료가 갖추지 못한 여러 자격을 갖췄다. 김 장관은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빈곤과 언어 장벽, 보이지 않는 차별을 극복하고 38세, 불혹 가까운 나이에 미국 주류 사회에 입성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벤처기업을 창업해 400대 부자에 오를 정도로 살이 있는 벤처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렇다고 과거 능력과 경험이 꼭 국정 운영 능력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도전과제가 만만치 않다. 안팎에서 우려하는 점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리더십 문제다. 외부인이 그것도 대부분 미국에서 생활한 1.5세대 한인이 과연 기득권 집단인 관료 조직을 제대로 이끌지 불안감을 보인다. 두 번째는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으로 행정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는 과학기술과 빠른 호흡이 필요한 정보통신기술을 제대로 접목할지 여부다.
얼추 1년 전 김종훈 장관을 미국 현지에서 만난 적이 있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벨연구소를 방문해 2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후에도 몇 번의 e메일로 주고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주고받은 내용은 특별 대담 형태로 `세계 석학, 미래를 말한다`라는 코너로 전자신문에 게재됐다.
그 때 기억을 되돌리면 김 장관은 전형적인 `외유내강`스타일이었다. 하루에 2~3시간씩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산전수전을 겪어 본인에게 한없이 엄격했지만 상대방에게는 관대했다. 벨연구소 운영도 다양성을 유독 강조했다. 그 때 기억나는 말이 `리서치 프리덤(Research freedom)`이다. 벨연구소에서 인정받으려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깜짝 놀랄만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엉뚱하더라도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리서치 프리덤 문화 덕분에 세계 최고의 연구소로 인정받았다는 설명이었다.
김 장관의 능력과 경력, 여기에 추진력까지 감안하면 미래부 장관으로 일단은 합격점이다. 기술 흐름을 정확하고 읽고 미래에 대한 확실한 안목도 김 장관의 빼 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미래부는 앞으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교합점을 찾아내 미래 먹거를 내놔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결국 우리만의 강점을 가진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 세상에 없는 새로운 융합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과거 `리서치 프리덤` 문화를 제대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