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 10곳 중 2곳이 연내 경영상황이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부진에 자금 부족, 환율 상승,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감 등이 겹친 결과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경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37.7%가 최근 경영상황이 `나쁘다`고 응답했다고 19일 밝혔다. `좋다`는 기업은 15.0%에 그쳤다. `보통`은 47.3%였다.
업종별로는 `음식료·생활용품`(52.4%)이 가장 힘들었다. `섬유·제지`(43.9%), `금속·철강`(43.2%), `석유화학`(40.0%), `전기·전자`(31.8%), `기계·정밀기기`(30.2%) 등의 순으로 `나쁘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기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던 전기전자 업종도 `나쁘다`는 견해가 31.8%로 `좋다`(29.6%)보다 많았다. 38.6%는 `보통`이었다.
경영 상황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대응 여력을 묻자 `이미 한계상황`이라는 답변이 5.3%였다. `올 상반기가 한계`와 `올 하반기가 한계`라는 응답이 각각 24.8%, 29.2%였다. 한계상황이 `내년 이후`란 답변은 15.0%였다. `한계상황이 아니다`는 의견은 25.7%였다. 상의 측은 전체 응답기업 대비로 환산하면 중소기업 10곳 중 2곳인 20.3%가 연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경영난, 새 정부의 뇌관 되나`
대한상의 조사 결과는 새 정부에 상당히 부담스럽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청했다. 대기업만이 아닌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이미 그림을 그렸다.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손톱 밑 가시 힐링 캠프`를 개최했다.
인수위는 중소기업 경영애로 299건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24일 중소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제기된 것이다. 중소기업계도 예상치 못한 빠른 조치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22일 해단식을 앞두고 보고를 할 수 있어 기쁘다”며 “박근혜정부는 이런 관행을 제도화해 중소기업 애로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런 노력만으로는 중소기업 경영난 해소를 보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상의 조사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경영 애로로 `매출 부진`(29.0%) `자금 사정 악화`(25.0%) `수익성 악화`(18.7%) `인력난`(14.0%) `대외여건 불안`(13.3%) 등을 대거 꼽았다. 중소기업 경영애로 해소 과제로도 `자금 지원`(39.7%)과 `판로개척 지원`(24.3%)이 절반 이상으로 `규제애로 해소`(15.0%)보다 크게 높았다.
일련의 손톱 밑 가시뽑기 정책은 분명 중소기업계가 힘을 낼 계기가 된다. 이날 이현재 경제2분과 간사의 규제개선 확정과제 발표 현장에서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중소기업 경영자도 있었다. 하지만 정책 효과는 미지수다. 중소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3불(시장 불균형, 거래 불균형, 제도 불합리) 개선과 함께 이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시장을 살려야 한다.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으며 단계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수봉 상의 조사1본부장은 “새 정부는 단기적으로 중소기업 경영애로 타개를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 마련과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정책 수립을 병행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국제화, 연구개발(R&D) 역량 증대와 가업상속공제 확대, 우수인력 확보, 벤처창업 활성화 등의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자료:중소기업중앙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