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운드리 떠나는 팹리스, 반도체 상생 모델 아직은 갈길 멀어

한국 팹리스 업체들이 국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를 떠나 해외로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동부하이텍·매그나칩 등 파운드리 회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대형 고객사 위주 유치 전략을 펴는 까닭이다.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대만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그동안 직접 거래해 오던 일부 팹리스 업체에 최근 디자인하우스를 거쳐 공장(팹)을 사용하도록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일대일 거래 관계를 유지하면 팹리스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기존 업체의 파운드리 가격을 올리고 양산 시점을 늦춰 원성을 샀다.

동부하이텍은 레이디오펄스와 법정 분쟁 중이다. 3년간 공동 개발한 공정을 동부하이텍이 수익성을 이유로 철수하면서 레이디오펄스가 양산에 애를 먹었다. 대만 TSMC로 다시 옮겨가면서 비용이 배로 들었다. 법원에서 동부하이텍이 일정 비용을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양사간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역시 65나노 이상 팹은 가동하지 않고 퀄컴·애플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 위주로 파운드리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존 파운드리와는 영업 전략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수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만 양산하던 물량을 나누는 등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덕분에 수혜를 보는 건 외국계 파운드리 회사다. 대만 TSMC·UMC, 중국 SMIC, 이스라엘 타워재즈, 일본 히타치·후지쯔, 독일 X팹 등 고객사 대응 능력이 좋은 회사로 옮기는 추세다. 외국계 파운드리 업체는 한국 고객사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타워재즈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 뒤 매년 매출액이 두배씩 늘고 있다. 지난해 300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7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양산 일정이나 설계자산(IP) 라이브러리 때문에 TSMC를 쓰는 사례도 다수”라며 “언어 장벽이 있다고 해도 최근 파운드리 계약을 고려하는 한국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팹리스 업체 CEO는 “대만처럼 대응력이 좋은 파운드리가 국내에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파운드리로 다각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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