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문제아, 말성꾼(troublemaker).`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대표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문 대표도 본인에게 좋지않은(?) 별명이 붙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당당했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원칙과 지론을 고수했을 뿐이라고 당당했다.
지난 연말 미국 출장에 동행한 방송 관계자로부터 자신의 별명을 들었다는 문 대표는 지난 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크고작은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으로 방송통신위원회와 케이블TV사업자와 치열한 논리전을 펼쳤다. 재송신 문제를 둘러싸고 지상파 방송사와도 대립각을 세웠다.
문 대표는 “KT스카이라이프와 의견을 달리하는 집단에선 저를 악동 혹은 말성꾼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자신에게 붙은 비호감 별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 대표는 자신의 이 같은 행보가 방송 시장 문화를 바꾸겠다는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KT스카이라이프보다 약자가 아닌, 강자를 대상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원칙은 고수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문 대표는 지난해 지상파 3사가 KT스카이라이프에 보낸 공문이 동일하자 지상파 3사에 담합의혹을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약자가 불이익을 부담해야 하는 방송시장 질서를 하나라도 바꾸겠다는 그의 소신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문 대표가 강자를 상대로 논란을 야기한 것만은 아니다. 약자를 위한 배려도 실천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전년보다 많은 수신료를 지급했다. 약자인 중소PP와의 동반성장을 도모해야 건전한 방송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문 대표의 소신에서 비롯됐다.
문 대표는 “숨통을 틔워달라는 PP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배경을 소개했다.
문 대표는 올해 가입자 숫자보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서비스와 기술 제공으로 승부수를 던질 방침이다.
그는 “가입자 숫자만을 쫓지 않고 가입자가 편리한 서비스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위해 지금보다 열심히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강자와의 정면 대결을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역설했다. 문 대표에게 따라붙은 악동 이미지는 당분간 뗄레야 뗄 수 없을 듯하다. 문 대표 본인도 뗄 생각이 별로 없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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